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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5대 중동 국영석유기업 베일 벗기기

■떠오르는 국영 석유 기업 / 발레리 마르셀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세계 석유 수입국의 운명은 많은 부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는 국영 석유 기업(National Oil Companyㆍ NOC)의 활동에 달려 있다. 이들은 세계 석유매장량의 90%를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 쿠웨이트석유주식회사(Kuwait Petroleum Corporation), 이란석유공사(National Iranian Oil Company), 알제리의 소나트락(Sonatrach), 아부다비석유공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 등 중동의 5대 국영석유기업은 세계 석유의 25%를 생산한다. 또 세계 연료 자원(석유와 가스)매장량의 50%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그간 중동석유의 정치를 주제를 주로 다뤄왔던 저자는 세계 석유시장에서 중대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베일에 가렸던 이들 5개 기업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분석한다. 중동과 중남미 산유국들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석유회사들이 선점했던 채굴권을 되찾아오면서 국영 석유 부문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 국가가 외국 세력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에 따라 이들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달라졌다. 사우디 아람코는 미국 회사들과 제휴한 상태에서 점점 통제권을 확보해 나갔기 때문에 미국 경영주들의 운영방식을 유지했다. 반면 이란석유공사는 외국 세력과 힘겹게 관계를 끊은 탓에 기술을 이전받지 못했다. 정부와 의사소통이 수월하고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조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국영석유기업들이 국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반드시 민족주의적 신념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한다. 국제석유회사들이 자국에서 단기성과에 급급해 석유를 과잉 생산한 폐해를 목격해왔기 때문에 국영석유기업들은 레저부아(석유층) 통제권 유지를 중시하지만 기업문화는 일반 기업들 처럼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쏠려 있다고 분석한다. 국영 석유기업들에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자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다.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 일자리 제공 등 국가경제 이바지, 석유 생산 외의 영리활동에 얼마나 나서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이들은 각종 프로젝트와 해외투자 사업에서 국제 석유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국가의 도구'로써 영리 목적을 충당하고 국가의 전략적 관심과 사회복지까지 수행하는 역할을 부여 받으면서도 영리까지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이들 국영석유기업들은 새 전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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