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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공채에서 다시 본 청년실업의 그림자

삼성그룹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무려 10만명을 웃도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사상 최다였던 지난해의 8만명보다도 2만명이나 늘었다. 지난해 8월과 올 2월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약 3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이 취업원서를 들이민 셈이다. 응시자가 너무 많아 시험장 구하기도 힘들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과연 취업선호도 1위 기업답다.

지원자가 폭주한 표면적 이유는 지방대 출신 비율을 35%까지 올리면서 현지 졸업생이 대거 지원했다는 것이다. 스펙이 달려 도전조차 어려웠던 지방 인재들에게 국내 최고기업이 우선권을 주겠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던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이미 다른 기업에 채용된 이들까지 원서를 냈을 게 뻔하다.

하지만 이게 다일 수는 없다. 대학 졸업장만으론 취업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다. 대졸자 10명 중 4명이 실업상태에 놓이면서 졸업 후 3년 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백수만도 25만명에 달한다. 그뿐이랴. 경기침체에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서 고용전망까지 불투명하다. 현재도 미래도 길이 보이지 않는 청년들의 암울함이 없었다면 사상 최대의 지원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취업시장 변화도 대졸자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임금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면서 20대 신입사원이 사라지고 50~60대 고령층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실정이다. 취업시장 개선 소식에도 웃을 수 없는 게 우리 시대 청년들의 현주소다.

문제는 개선 조짐도, 의지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정기국회 일정이 벌써 3분의1이나 지나갔건만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남은 60일도 진영ㆍ채동욱 사태와 기초연금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청년들의 고통이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절반 가까운 청춘이 백수로 살아가서는 경제도 민생도 되살아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실업 해소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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