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정책당국자들도 참가한 학술회의를 열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20일 "지난 13∼14일 베이징에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CICIR)가 공동 주관한 비공개 세미나가 열렸다"며 "이 자리에는 미국과 중국 당국 실무자도 참가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협의를 벌였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여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후부터 공식ㆍ비공식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협의하자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전인 동맹 및 우호관계를 고려해 공식적으로 미국 측의 제의를 고사해왔지만 이번 세미나에서 학술회의 모임이라는 성격을 전제로 북핵 문제와 함께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세미나 기간 중 방중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회의에 참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 급변사태 논의'라는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인사인 6자회담 수석 대표가 참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 미중 당국자의 실무진이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해 토론 내용을 양국 고위당국자에게 보고하는 형식을 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9월 중순께 이번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차관보다 부부장의 고위급 수준이 아니라 양국 실무진이 참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 기간이 캠벨 차관보의 방중기간과 겹친 만큼 미국 전문가들이 캠벨 차관보와 자연스럽게 모임을 갖고 이 과정에서 우 부부장과 만나 토론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중 양국의 대표적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CSIS와 CICIR는 지난해 여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에 관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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