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국회의 지적에 오류라며 볼멘소리를 내는 모양이다. 해당 기업 신용도 같은 리스크 요인을 무시하고 금리격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한은의 해명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은을 통한 우회대출 금리가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 금리에 비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 금리차를 단순 비교하기가 어렵다 치자. 그렇다면 대기업까지 한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더구나 해마다 그런 부적격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의 관리감독에 뭔가 심각한 결함이 있지 않고서야 규정위반 대출 증가를 설명할 길이 없다.
총액한도대출은 1994년 도입 이후 신용경색 해소와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공헌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거 제도의 틀을 유지하다 보니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과 중첩되는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능이 중복되면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도입 첫해부터 20년째 운용한 무역금융과 지방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한은이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은이 국책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면 중앙은행의 존재가치는 약해진다. 중앙은행다운 큰 틀의 신용정책이 요구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