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광우병 등의 발생은 가축들이 대형 사육 시설에서 집단 사육되는 현대 대량 생산 시스템 때문이다. 가축밀집 시설을 통해 집중 사육하는 방식은 질병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다. 가축의 빠른 발육, 최저가를 요구하는 대형가공업체와 마트, 소비자들의 가격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농가는 비타민, 호르몬, 항생제 등을 일상적으로 남용하게 된다. 이처럼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상징되는 현대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이다. '석유의 종말'이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저자는 먹을 거리를 둘러싼 현대사회의 논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품경제 시스템으로 이행된 식량생산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비용 대량생산, 고부가가치, 고효율, 비교우위 등 산업원리에 따라 식품이 점차 각 가정의 부엌을 떠나 산업시스템으로 안착했고 결국 인류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대량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이 현대 식품시스템에 접목되면서 식품도 가장 비용이 낮은 곳에서 생산돼 가장 수요가 많은 곳으로 이동되는 추세를 밟고 있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농축산업자, 몬산토, 카길, 네슬레와 크래프트, 월마트와 맥도널드 등 식품 네트워크에 있는 다양한 주체들을 분석했다. 현대 식품 시스템은 성공과 문제를 동시에 낳았다. 대량 생산ㆍ대량 소비 시스템은 생산성 향상과 가격인하를 가져와 인류는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농촌지역 문화는 파괴됐고 전통 식문화가 점차 비용과 편리성 위주의 세계 식문화로 재편되면서 가족 관계, 문화적 정체성, 인종적 다양성 등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위와 관련된 인류의 다양한 요소들이 변질됐다. 또 농업이 고도로 기계화된 화학 집약적 농법으로 이행하면서 오염된 토양과 물 때문에 자연시스템의 생산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구 한쪽에서는 넘쳐나는 먹을거리로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는 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섰다. 반면 식품가격이 5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고 세계의 식품 공급량도 확대됐지만 지속되는 아프리카의 기아는 현대 식품 시스템의 또다른 허점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공포는 대형 식품 가공업체에게는 오히려 호기다. 네슬레 같은 대형 업체들이 이윤이 많이 남는 포장 가공식품에 주력하면서 소비자들은 시간 통제권을 얻는 대신 음식 통제권을 빼앗기게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식품 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하고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저자는 먹을거리 지역공동체 구성을 제안한다. 세계적 혹은 국가적 차원의 식품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식품을 더 활용하는 방식으로 식품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것. 또 육류 소비량을 줄이고 어류 소비량 확대해야 하며 농업정책도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육상가축은 생물학 또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제약이 있으므로 바다에서 단백질을 얻는 '청색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 전통 식문화와 산업화 요구 사이에서 고심하는 유럽식품 시스템도 분석하며 대안 제시를 시도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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