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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기 교류 늘며 새 조류 형성
강력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미술시장 규모는 지난해 미국과 영국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중국 화가 장다첸(張大千ㆍ1899~1983)은 2011년 한 해만 5억5,453만달러(약 6,200억원)어치의 작품이 팔려'세계에서 제일 잘 팔린 작가'에 등극했다. 그 뒤를 이어 5억1,57만 달러의 판매량을 기록해 2위를 차지한 치바이스(齊白石ㆍ1864~1957) 역시 중국작가였고, 앞서 13년간 세계 미술경매 연간 집계에서 부동의 1위던 피카소는 3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중국 미술이 약진하는 이유로는 '경제력'이 으뜸이다. 하지만 더 들여다보면 중국 미술 자체에 서양인들까지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중국 중앙미술학원 인문대학 학장이자 미술사학과 교수이며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비평가이자 고서화 감정가인 저자 인지난(尹吉男ㆍ54)이 이를 파헤쳤다. 최근 번역, 출간된 이 책은 1985년부터 1993년 사이에 중국에서 발생한 예술사적 현상을 다룬 평론집으로, 중국 내에서 발간된 예술평론서 가운데 최다 인쇄 수를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중국의 당대예술(동시대미술)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제하며 "중국 속에 은폐되어 있던 '표현의 욕망'이 개혁개방 이후 서서히 터져 나왔고, 그런 의미에서 1979년부터 1993년 시기는 중국 예술의 전환기였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히 국내적 서사에 머무르던 중국 미술이 국제적 서사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특히 "1980년대는 중국의 본토화(本土化)가 강조되던 '정치화'의 시기였고, 이를 중국 당대 예술에 적용해보면 '체제화'의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고 밝힌 저자는 "정치적 개혁개방은 당시 중국 사회 최대의 주제였고, 중국의 예술 역시 이들 주제를 둘러싸고 전개됐다"고 풀이했다.
예술마저도 국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를 지나 1990년대, 특히 1993년 이후 중국은 공유제와 사유제가 병존하는 '경제 시기'로 진입하면서 자유직업인 예술가의 증가를 이끌었다. 이 때부터 위안밍위안(圓明園) 화가촌, 쑹좡(宋庄)화가촌 같은 예술가들의 집단 거주지가 생겨났고 이어 베이징에 '798예술특구'가 생겨났다. 개인미술관과 화랑의 증가로 중국은 국제 예술계와도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조류(潮流)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저자는 1960년대 무렵에 태어난 중국의 청년작가들이 홍위병과 지식청년이라는 중국적 특수성을 경험한 세대라는 점에서 '예술 신생대'라고 명명해 주목했다. 장샤오강, 예융칭, 왕광이 등의 작가는 정치적 미술과는 거리를 둔 채 개인적 체험을 작품에 긴밀히 결합해 시끄러운 세상에서 초탈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1990년대를 보낸 이들 작가는 2000년대 이후 작품값이 10배 이상 100배 까지도 치솟았다.
말미에는 오늘날 중국 미술을 이끄는 60여명의 작가의 프로필을 적은 '중국 현대예술가 인명록'이 첨부됐다. 중국예술계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 받는 책인 만큼, 중국미술에 대한 애호와 투자적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유익하겠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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