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 다 된 시절의 이야기다. 근무처이던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996년에 처음 과장 직책을 맡아 단위 부서를 이끄는 관리자로서 첫걸음을 떼던 기억이 새롭다.
의욕이 충만하던 신임과장답게 일도 잘하고 화목한 부서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라 적재적소에 일을 맡겨 각자가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끌어나갔다. 직원들 모두 열과 성을 다해 일했고 업무 성과도 만족스러웠다. 구성원 간의 유대도 남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끈끈했던 것 같다.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서로 노력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퇴근 후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직장의 상사와 부하가 아닌 인생의 선후배로 더욱 깊은 만남이 밤늦도록 이어지곤 했다.
이런 만남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32년의 공직생활에서 차관 자리까지 오르는 동안 업무에서는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직원들에게는 인간적인 배려를 잊지 않으려 했다. 개중에는 업무 감각이 뒤떨어지는 직원도 만났는데 잘못된 점을 고쳐줘 전혀 딴 사람처럼 변화된 모습을 볼 때면 조직의 리더로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세월의 훈장처럼 이런저런 모임도 하나둘 생겨났다. 처음 과장이 되던 시절에 맺은 인연이 20년 가깝게 이어지고 있고 이후 국·실장 시절에 만난 직원들과의 모임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돌아보니 '일과 사람'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아 마음이 풍성해진다.
새삼 심금을 울리는 인연도 있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10년 전쯤 함께 일했던 사무관이 정성스럽게 펜으로 써서 보낸 편지에는 "많이 혼나면서 배운 덕분에 좁았던 사고의 틀과 인식을 넓힐 수 있었다"면서 "공직생활의 모범이 되는 고마운 스승"이라는 사연이 담겨 있었다. 직장 상사로서 스스럼없이 대하면서 지도해줬을 뿐인데 분에 넘치는 칭찬까지 들으니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있는 존재의 고마움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처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손에 닿지 않는 금은보석에 눈을 빼앗기듯이 멀리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이들이 많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한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므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그러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고 본인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라.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보배 같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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