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서 암 등 중증 환자까지… 작년 외국인 11만명 이상 입국
정부, 2018년까지 40만명 유치… 의료·관광수입 1조5,000억 기대
"메디컬비자 발급절차 간소화이어 쇼핑 등 접목 복합시설 확충 시급"
6세부터 소아형 당뇨와 그에 따른 만성 신부전증에 시달린 파티마 알알리(35)씨. 신장이식 수술을 원했지만 자국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물론 미국병원에서조차 "잦은 혈액투석과 수혈로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이 높아져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한국의 의료진이었다.
지난달 17일 그는 신장 공여자인 남동생 칼리드 알알리씨(24)와 함께 입국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치료에 필요한 비용은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였다. 이식 시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치료과정을 거쳐 지난 1일 이식수술을 받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의 몸은 이번주 말이면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는 "한국 의료기술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어릴 때부터 앓아온 당뇨병 완치를 목적으로 췌장이식 수술도 할 계획인데 이 수술 역시 한국에서 받겠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 A씨(43ㆍ사업가)는 성형수술 비용으로만 7,000만원을 넘게 지불했다. A씨는 얼굴 각 부위의 주름을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전신 지방흡입, 복부성형술, 눈 수술, 코 수술, 지방이식 등을 동시에 받았다.
의료 분야에서도 한류(韓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ㆍ일본인들의 성형ㆍ미용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됐던 의료한류는 최근 미국ㆍ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암ㆍ뇌혈관 수술 등을 필요로 하는 중증 질환 환자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외국인 환자유치 연간 10만명 돌파=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11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환자 수는 지난 2008년 2만7,480명에서 2009년 6만201명, 2010년 8만1,789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사용한 비용 역시 껑충 뛰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국내를 방문해 사용한 돈은 1억1,560만달러(약 1,302억원)에 이른다.
성형과 피부미용에만 집중돼 있던 진료과목도 암과 뇌질환, 심장질환, 고도 중증질환 환자 위주로 다양화되고 있다. 2010년 중증질환 환자 비율은 전체 환자의 12%에 달하는 9,993명에 이르렀고 이들의 의료비 지출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0억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를 15만명으로 잡았고 큰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동우 보건산업진흥청 국제의료정책팀장은 "아부다비보건청과 환자송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으로 UAE에서만 연간 3,000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 대부분은 선진의료를 찾는 중증질환 환자로 진료비 수익만 연간 2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병원ㆍ정부 의료관광 올인, 의료한류 이어질까=의료한류를 이끄는 힘은 한국 의료진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서비스에서 나온다.
의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의료진의 성형ㆍ위암ㆍ간이식ㆍ뇌종양 등의 수술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술효과는 좋으면서도 비용은 미국의 3분의1 수준이라 해외 환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은 수술 전 대기시간이 긴 데 반해 우리나라는 치료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원스톱 종합검진 시스템 등에 매력을 느껴 최근 미국 등지에서 단체로 방문해 종합검진을 받고 가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공항에서부터 병원까지 환자를 데려오는 픽업 서비스나 호텔 예약 서비스 등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심지어 외국인 환자를 위한 전용 게스트 하우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병원들의 움직임도 숨가쁘다. 강북삼성병원은 오는 16일 국제클리닉을 주한 외국인과 관광객의 접근이 용이한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 1층에 개설하며 고대안암병원은 지난해 국제진료센터를 병원 내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좋은 병원 로비 입구에 배치했다.
양ㆍ한방 협진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경희의료원은 전담 간호사 2명이 상주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1대1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해외환자 상담은 24시간 가능하다. 최근 늘어난 러시아 환자들을 위해 러시아어 통역직원도 2명이 상주해 있다.
홍성범 BK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늘어나는 중앙ㆍ동남아시아권 환자를 위해 기존 중국어ㆍ영어ㆍ일본어 담당 코디네이터와 상담실장 이외에도 몽골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에서 오는 환자를 전담할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홈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으로 진료를 원하는 외국인을 위해 초청장ㆍ수술예약증명서를 발급해 신속하고 원활한 비자 발급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ㆍ병원 대외신뢰도 더 높여야=복지부는 오는 2018년까지 외국인 환자 4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보건산업진흥원 측은 외국인 환자 수가 40만 명까지 늘어나면 의료비와 관광수입은 1조5,090억원에 이르고 1만6,000여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대외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 팀장은 "중증 환자가 자신이 치료 받을 의료 서비스 제공 기관을 고르는 것은 생명과도 직결된 엄청난 문제"라며 "내 목숨을 이 병원에 맡길 수 있느냐를 판단할 때 해당 국가와 병원의 신뢰도는 매우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외국인들이 치료만을 목적으로 국내를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관광ㆍ쇼핑 등이 접목된 복합시설이 필요하다는 것. 의료통역사 등의 전문인력 확충, 외국인 환자 배상 시스템 정착, 해외 환자 고유 문화에 대한 이해력 증진 등도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와 국내 의료기관과의 직불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메디컬 비자 발급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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