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나크비 크레디트스위스 아태지역 주식부 대표
각국 개혁 중앙은 후원 속 성공적
미·유럽·일 호조… 러시아가 변수
요즘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면 놀라움이 앞선다. 중국의 경제개혁 결과가 불투명하고 유럽은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지만 세계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유럽과 아시아 주식시장도 이런 세계 경제 흐름과 맥을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 3월 23~27일 홍콩에서 개최한 ‘아시아 투자 컨퍼런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1,200명의 투자자 중 45%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유럽 주식시장을 꼽았다. 비록 지난해엔 유로스톡50(Stoxx 50)지수가 미국 달러 기준 11% 하락하면서 당초 기대에 빗나갔지만 올해는 분명 다를 것이다.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통해 유로존 회복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꼽은 지역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다. 특히 올해 한국의 주식시장이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국 주식 비중을 최우선적으로 늘리겠다고 답한 투자자는 3%에 그쳤지만, 한국 증시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매우 탄탄하다고 판단된다. 한국의 외환 유동성은 매우 견고하고 저금리 기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보기술(IT) 및 소비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업실적 개선, 배당확대와 같은 요소까지 더하면 올해 코스피의 앞날은 낙관적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글로벌 주식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요소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각국 정책 담당자들의 개혁 이행 여부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각국의 정부관료와 경제 및 사회분야의 정책 입안가 100명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글로벌 투자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할만하다.
대표적인 미국 중앙은행(Fed) 매파로 분류되는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컨퍼런스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은 여전히 취약한 미국 경제의 회복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 매우 좋은 신호다. 유럽에 대한 장기적 낙관론을 펼만한 근거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를 통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관계가 돈독해졌고 그 결과 이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같은 리스크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도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약세와 저유가가 제조업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기업 활동도 점차 활기를 띄면서 경기가 회복하는 모습이다. 히데오 하야카와 전 일본중앙은행 (BOJ) 총재는 올해 일본이 잠재성장률 0.6%를 훨씬 웃도는 1.5~2%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소비자중심의 성장모델로 전환해 가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거대한 부채에 신음하고 있고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에 따라 성장은 주춤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개혁 방향은 옳고 중국 경제는 경착륙이 아닌 감당할 수준의 과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실물 경기는 위축되겠지만 중국의 주식시장은 후강퉁과 선강퉁 등 잇따른 규제 완화 조치로 올해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글로벌 주식 시장을 둘러싼 문제들은 여전하다. 특히 러시아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앤더스 폭 라스무센은 현재 러시아가 냉전시대의 소련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과 일본의 디플레이션 압력도 불안 요인이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추진 중인 개혁은 의욕적인 정책 입안가들의 지휘와 중앙은행들의 지원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관보다는 낙관의 여지가 더 많은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도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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