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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18일]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고백한 값진 '충격'
입력2010-03-17 17:56:12
수정
2010.03.17 17:56:12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미국의 자동차 중심지 디트로이트를 돌아보고 느낀 충격은 우리 노동계에 던지는 산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노조 간부들과 함께 현대차 해외공장 실사와 연수차 미국에 갔다가 디트로이트를 둘러본 그는 노조신문 기고에서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5대 도시였지만 지금은 15위권으로 몰락하고 있다"며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도심이 폐허가 되고 무너져가는 건물이 즐비한 현장을 보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없어지자 인구는 줄고 건물은 폐허가 되는 산업공동화 현상은 한국의 자동차도시 울산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충격을 받았다는 미국의 몰락한 산업현장은 새로운 장면이 아니다. 그럼에도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국내 최대 노조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기업이 망하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를 목격하고 받은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의 쇠락은 GM의 몰락에서 비롯됐다. 11개이던 디트로이트 자동차공장은 지금 2개만 운영되고 있다. 이 지부장은 GM 파산의 원인으로 세계화 전략의 오류를 꼽았다. 세계시장 석권을 위해 값싼 노동력을 좇아 무분별한 해외공장 이전 및 확대와 외형적 성장만 추구한 탓이라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GM은 세계시장 상황과 수요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러나 강경노조로 인한 인건비와 복지비용 부담의 과다한 증가도 몰락의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후발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노조는 과거 관행에 빠져 무리한 요구를 일삼았다. 퇴직자들의 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할 정도였다. 이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끝내 파산의 운명을 맞은 것이다. 혹독한 구조조정이 뒤따랐고 그 결과는 이 지부장이 목격한 지금의 흉물스러운 도시 모습이다.
그가 받은 충격은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와 노조가 살고 지역경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기업과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다. 이 지부장의 디트로이트 견문록이 노동계의 인식변화와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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