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는 인간 생존의 필수요소인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특히 통신기술이 경제성장의 동력인 현대사회에서는 '주파수=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요즘 이 소중한 전파를 두고 통신과 방송 간 힘겨루기가 뜨겁다. 통신 편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 편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대리전 양상이다. 포문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열었다.
최 위원장은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 대역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방송 편을 들었다. 700㎒ 대역의 108㎒폭 가운데 20㎒폭이 재난안전통신망에 배정되면서 기존 정책대로 40㎒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면 방송용으로 쓸 주파수 폭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700㎒ 주파수를 어느 쪽에 할당하느냐에 따른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방송은 향후 TV시장의 블루오션인 초고화질(UHD) TV 송출을 위해서는 이 주파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통신회사들은 트래픽(접속량) 폭증에 따른 주파수 부족을 호소한다.
양쪽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면 답은 '국민'에 있다. 이동통신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다. 가입자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500만명에 달한다. 방송사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요즘 안테나를 통해 방송을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케이블이나 초고속 인터넷망 같은 유선이나 휴대폰 등 무선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본다. 방송 프로그램 접근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얘기다.
세수 측면에서 보면 어느 쪽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더 명확해진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주파수 할당 대가로 2조3,000억원, 전파 사용료로 2,500억원가량을 정부에 냈다. 이 돈은 일반회계로 들어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방송사는 전파 할당대가, 전파 사용료 모두 면제다. 한정된 공공재인 주파수를 '공짜'로 쓴다는 얘기다.
최 위원장은 '700㎒ 할당 재검토'를 주장하며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대로 '방송'이 아닌 '국민'을 위해서라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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