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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아시아 위대한 문명의 창조자는 농부였다

■ 쌀과 문명 (피에르 구루 지음, 푸른길 펴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밥'은 '쌀로 지은 음식'이라는 뜻보다 '식사'라는 넓은 의미로 통용된다. 우리뿐 아니라 베트남어, 일본어, 산탈리어, 라오어, 시암어 등에서도 '먹는다'는 단어는 '쌀을 먹는다'는 의미다. 아시아에서 '쌀'은 단순히 음식 종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쌀의 90%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15억의 인구가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중앙아시아와 남부아시아의 비탈 지역은 많은 인구가 광활한 지역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예술과 문학을 꽃피우며 문명을 진전시킨 배경이 됐다. 프랑스의 문화지리학자 피에르 구루는 비슷한 환경인데도 왜 어떤 곳은 벼농사를 짓고 어떤 곳은 짓지 않는지, 벼농사에 적합해 보이는 환경에도 벼농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척박해 보이는 환경에서도 벼농사에만 열을 올리는 민족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다. 그는 이런 의문점을 중국, 한국, 일본, 인도, 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지나치곤 했던 논의 풍경과 농부의 모습을 통해 인류 문명을 분석한다. 그는 특히 '벼농사'나 '쌀' 자체보다 '농부'에 초점을 맞춘다. "아시아의 위대한 문명은 쌀이 아니라 별다른 욕심 없이 벼를 열심히 경작했던 농부에게서 태동한 것"이라는 저자는 "벼농사는 단지 문명을 발생시킨 일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더불어 벼농사의 미래에 대해 논하며 한국의 경우 "비약적 근대화로 농촌 인구가 빠르게 도시로 유입되고 있다"면서도 "한국 농촌의 생활 환경은 향상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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