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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大賞] 일반주거부문 본상, 모켄펜션

한적한 시골마을에 SF속 디자인 같은 펜션

충남 태안군 신온리에 들어서 있는 모켄 펜션 전경. 녹색의 자연 속에 있으면서도 회색의 콘크리트를 사용해 오히려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묻어난다.

모켄 펜션 객실 내부. 벽을 이용해 침실과 거실, 주방 등의 공간을 나눠놓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족이나 객실 이용객들이 다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곽희수 이뎀건축사무소 대표

충남 태안면 신온리의 한적한 시골마을. 보이는 것은 염전과 논밭 밖에 없는 이곳 동네 야산에는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다. 사뭇 주위의 풍경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도회적이고 세련되며 한편으로는 SF영화 속에 나올 법한 디자인의 이 건물이 모켄 펜션이다.

일반적인 펜션은 물가나 바닷가, 경치가 좋은 산이나 유원지 근처에 있지만 모켄 펜션에는 그런 풍광이 없다. 단지 해질녘 석양과 깊은 밤 별자리만이 유일한 볼거리다. 그렇기 때문에 펜션 내부에서도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집중시켜 놓았다.

건축주인 홍대길 씨는 "평범한 주변환경에게 충격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가장 펜션다운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은 가파른 경사지에 놓여있다. 하지만 애써 경사지를 깎거나 흙으로 덮어 완만하게 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모켄펜션은 수많은 계단과 다리로 이뤄져 있다. 다리와 계단을 오르다 보면 크고 작은 '노는 자리'와 마주칠 수 있다. 이런 자리들이 일반적인 펜션이 갖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주는 '공짜 빵'과 같은 풍광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이용객들의 통로가 되는 다리에는 모켄펜션만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

다리는 곳곳이 단절돼 있다. 바로 아랫쪽에 붙어 있는 곳을 가려고 해도 돌아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뜻하지 않은 장소를 만날 수도 있다. 설계자는 이를 '우발적 마주침'이라고 표현했다.

모켄 펜션의 끝부분에는 조그만 공터가 남아 있다. 애초 객실을 더 지으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 비워뒀다고 한다. 이 곳에다 사람들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텐트를 설치할 생각도 하고 있다.

객실은 독립적이다. 하나의 세포처럼 생긴 객실은 두 개가 아래위로 포개져 있다. 건물의 정면에서 보면 콘크리트로 꽉 막힌 듯하지만 양 옆은 유리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

내부 공간도 특색 있다. 복층 형식의 내부 공간에 주방과 거실, 침실의 명확한 구분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아랫쪽은 주방과 거실이 있으며 계단을 오르다 보면 욕조 등을 놓아두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위를 침실이 차지한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도 건축주가 직접 직접 디자인을 하고 재료를 고르고 제작을 한다. 자동차 디자인 관련 사업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지금도 내부 인테리어는 홍 씨가 조금씩 변형시키고 있다. 건물에 가장 어울리고 아름다운 것을 끊임없이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현재의 '모켄 펜션'을 만든 셈이다.






석양 볼때 이웃 객실과 가까워 지도록 만들었죠



설계자 곽희수 이뎀건축사무소 대표

"펜션도 이렇게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펜션의 기준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모켄펜션은 21년 역사의 한국건축문화대상 최초로 펜션으로 수상한 작품이다. 그래서 곽희수 이뎀건축사사무소 대표의 감회도 남달랐다.

곽 대표는 "펜션은 용도가 명확한 건물이기 때문에 이용객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켄펜션은 디자인면에서도 색다른 경험이지만 기능면에서도 이를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영화배우 고소영의 빌딩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의 테티스와 원빈의 42번 루트하우스 등으로 상을 수상했다.

그는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한다. 지금까지 수상작품도 대부분 콘크리트가 주요 재질이다. 곽 대표는 "콘크리트는 자연 재료이면서 가장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재료"라며 "자연환경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어 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소통을 중요시 한다. 모켄 펜션의 유일한 볼거리 중 하나인 석양을 보기 위해서는 객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객실 안의 서쪽 면은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놨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면은 전면 유리창을 설치해 놨다.

곽 대표는 "석양을 보기 위해 옥상이나 베란다로 나가면 이웃 객실과 가까워 지도록 설계했다"며 "눈이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건넬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물은 독특함을 가져야 고급스러워 진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마감을 하고 공사비를 많이 들여봐야 오히려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얘기다. 모켄 펜션도 일반적인 공동주택에 사용하는 공사비보다 조금 더 싼 비용이 들었을 뿐이다.

곽 대표는 "돈을 많이 들인다고 고급스러움이 묻어 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독특함이 있는 건물로 고급스러움에 대한 인식을 바꿔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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