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C인 매우 쉬운 문제가 있다. 그런데 참가자 5명 중 4명이 모두 오답인 A라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자신있게 정답 C를 외칠 수 있을까.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의 실험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 중 75%가 적어도 한 번은 다수의 의견을 따라 틀린 답을 말했다.
왜 그럴까.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흐름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해 우리 중 4분의3은 집단의 의견에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오답을 말하게 된다는 것이 설명이다. 대열을 벗어날 경우 대중 앞에서 창피를 당할 수 있고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으며, 사회에서 소외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오답에 순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음과 뇌가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고 주장해온 기존 심리학 저서와 달리 외부 환경에 따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판단은 주위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주변 상황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을 정기적으로 마주치기만 해도 그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익숙한 것에는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 사랑도 그 중 하나다.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실험을 보자. 대형 강의실에 실제로는 그 수업을 듣지 않고 청강만하는 여학생들이 앉아있다. 첫 번째 여학생은 그 학기에 다섯 번 수업에 참석했고 두 번째 여학생은 열 번, 세 번째 여학생은 열다섯 번 참석했다.
학기가 끝날 때 학생들에게 그 세 명의 청강생들 사진을 보여주며 매력적인 순서대로 사진 속 여학생들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학생들은 열다섯 번 수업에 참석했던 여학생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 열 번 참석했던 여학생, 마지막으로 다섯 번 참석했던 여학생이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더 익숙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심리 사례들을 통해 사람들이 권위, 규범, 문화, 고정관념 등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얼마나 흔들리며 어떻게 그런 상황을 피해야 하는지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행동을 좌우한 것은 그들이 설득 당하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상황이라고 말한다. 가장 상처를 덜 받는 행동은 바로 집단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즉 동조하는 행동이라는 것.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우리 생각에 영향을 주고 우리 행동을 이끌며 우리를 조정한다"며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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