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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모든 나라에 있다. 오직 영국에만 없다. 뭘까. 우표의 국가 표시다. 영국은 왜 예외일까. 최초이기 때문이다. 만국우편연합(UPU)도 저작권을 인정해 유일한 예외로 자리 잡았다. 근대 우표의 등장은 1840년. 여기서 의문이 나옴 직하다. 이전에는 우편제도가 없었을까. 있었다. 로마 시대에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비용이 많이 드는 후불식이었지만 우표도 존재했다. 영국이 근대 우표의 종주국이 된 것은 이 사람 덕분이다. 롤랜드 힐(Rowland Hill). 1795년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1세부터 아버지 학교의 조교로 일하며 천문학을 가르치고 과학실습교재 수리로 돈도 벌었다. 과학실습실과 수영장, 난방을 갖춘 쾌적한 학교 설립운동을 주도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교육ㆍ사회환경 개선운동으로 명성을 얻는 그는 1837년 우편사에 길이 남을 논문 ‘우체국 개혁론’을 펴냈다. ▦발송자 요금 부담 ▦전국 단일 요금체계 ▦요금선납형 우표제 도입 ▦귀족층 무료우편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논문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취인이 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툭하면 우편물 수령을 거부하는 통에 적자 투성이였던 우편제도에 발전의 길이 열렸다. 기득권층의 반대를 뚫고 영국은 1840년 5월 롤랜드가 제안한 우편제도를 채택했다. 롤랜드의 친구인 인쇄업자가 선보인 접착성 우표와 철도업자 헨리 아처의 아이디어인 촘촘하게 구멍 뚫린 우표 전지(1848년)도 영국식 우편제도의 전세계로의 확산을 앞당겼다. 1854년부터 10년간 장관급 우편국장으로 재임 후 은퇴, 1879년 8월27일 84세로 세상을 뜬 롤랜드는 주요 도시에 동상으로 남아 있다. 최초의 우표인 액면가 1페니 우표의 240장짜리 전지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꿈의 수집 대상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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