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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11일] 신종플루와 교통사고 확률관리
입력2009-11-10 17:41:28
수정
2009.11.10 17:41:28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심지어 우리 집에서도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열이 있는지 확인한 후 집을 나선다. 나 자신이 '공포'라는 단어를 써서 더 큰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면서도 요즘 우리 사회의 관심이 온통 신종플루에 집중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부에서는 신종플루의 예방접종 효과가 나타나는 오는 12월 중순까지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의료인들에게 외래 의심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고위험군이 아니거나 확진검사 없이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주라는 당부도 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해졌다는 얘기다.
교통사고로 하루 16명 사망
지난 여름 한 언론과의 인터뷰 때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신종플루 감염자 수백명에 언론이 이렇게 야단인데 하루에 16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교통안전 현실"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신종플루가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을 통해 전염되는 상황이라 파급효과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기에 그런 비유를 한 것 같다.
아무튼 그때나 지금이나 신종플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정말 대단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종플루 감염자가 몇 명이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몇 명이라는 기사가 넘친다. 최근 신종플루 행동요령을 비롯해 예방차원의 건강관리 방법이 소개되고 손 세정제나 마스크 등 관련제품들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 같다.
신종플루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 당할 장사는 없다. 다만 예방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으니 평소에 잘 먹고 푹 쉬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면역력을 갖추기 위한 행동준칙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확률관리다. 말하자면 신종플루에 감염될 확률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5,870명이나 된다. 하루 평균 16명의 소중한 생명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0.7명, 자동차 1만대당 3.17명으로 교통안전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나라 중 26위를 차지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교통사고 유형을 보면 교통법규 위반과 운전 부주의 등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나 주위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으나 운전자의 안전의식 부재가 사고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특히, 운전에서 프로라 할 수 있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은 더욱 심각해 자가용 운전자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교통법규 준수 노력이나 안전의식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도 지난 2007년 기준,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사고·감염 발생 예방이 최선
한번 당하면 평생을 후회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고발생 확률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신종플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감염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고는 운이나 우연이 아닌, 과학이고 확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교통법규 위반, 음주운전, 안전벨트 미착용, 과속ㆍ난폭 운전 등을 하는 버릇이 있다면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자동차는 언제든지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이 백신접종을 마치고 신종플루의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날, 교통사고도 눈에 띄게 줄고 국가 품격도 크게 높아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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