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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블루(Blue)'라는 컬러에 유난히 집중하는 화가들이 있다.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와 이브 클라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중견작가 권녕호 화백이 그렇다. 해외 작가들은 블루가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환영이나 꿈, 미래 등을 표현할 때 사용했다면 권녕호 화백은 동양적인 신비감을 주는 은밀한 상징으로 차별화했다.
지난 1981년 25세의 나이에 한국일보 백상미술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그는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화단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세계적인 화가들과 어깨를 겨루겠다며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프랑스에 눌러앉아 명문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벨기에의 국민화가 피에르 알레친스키를 사사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20여년간 전업 작가와 교수로 작품 활동을 펼치며 한국적 전통이 묻어나면서도 세련된 감각의 작품을 선보였다. 10년 전 고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작업에 몰두해온 그가 40년 화업을 돌아보는 특별한 전시를 갖는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벽원미술관에서 여는 '권녕호의 회화 1970-2013'전에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100~300호 대작 30여점이 출품된다. 1980년대에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1990년대에는 서양 화단에서 동양인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흔적이, 그리고 2000년대부터는 이미지가 추상회화에 가까워지고 화사해지며 서정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이번 전시는 초기의 인간 군상 시리즈에서부터 프랑스 체류 시절 민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과 자연 속 소재를 상징적으로 등장시킨 추상화까지 그의 작업의 변화상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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