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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18일] 예산 앞에서 갈피 못잡는 여당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정부의 중기 재정운용계획이 너무 방만하고 결국 차기 정부로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저출산과 인구의 고령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예산투입에 따른 세입감소와 재정지출 확대로 국가채무 증가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

국가재정에 경고음이 들리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집권여당 의원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하나하나에 국가재정에 대한 걱정이 잔뜩 묻어 있다. 재정건전성 강화대책을 당장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와 같은 재정위기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실제 최근까지도 정부여당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재정의 건전성 담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33.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낮았지만 부채 증가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속도라면 20년 후에는 국가부채가 GDP의 67.8%(삼성경제연구소)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철저한 관리가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2011년 예산편성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에 눈길이 쏠렸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나 여당이 수없이 쏟아냈던 재정건전성 강화가 예산편성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여당은 어느새 재정걱정을 잊은 모습이다. 9조원이 넘는 4대강 예산에는 손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친(親)서민대책을 뒷받침할 재정지원,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산업 분야에 대한 재정확대 등도 요청했다. 4대강에 예산편성이 집중돼 자칫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SOC 예산을 꼭 챙겨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물론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야기도 양념처럼 등장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미 무게중심은 확대재정으로 넘어가 있었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재정을 통해 복지도 확대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전략을 함께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경제의 침체기나 성장세가 꺾였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재정부실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경고해온 정부여당이 내년 예산편성을 앞두고는 '재정건전성'을 너무 쉽게 버리는 듯한 인상을 보여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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