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을 주름잡던 사극이 흔들리고 있다. 트렌디한 드라마에 밀려 고전하는 모양새다. 복식과 세트 등을 고증하는 과정에서 제작비는 상승하지만 시청률이 뒷받침되지 못해 방송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MBC 월화특별기획 <동이>(극본 김이영ㆍ연출 이병훈)가 대표적이다. 한 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사수하던 <동이>는 최근 시청률이 급감하며 동 시간대 방송되는 SBS <자이언트>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시간대 방송된 <선덕여왕>이 '국민 드라마'로 불렸던 터라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MBC 주말극 <김수로>(극본 장선아ㆍ연출 장수봉)의 성적표는 아쉽다.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10% 시청률에 턱걸이하며 힘을 못 쓰고 있다. 작가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가압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일찍 종영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도 한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조기 종영은 사실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예정대로 촬영이 진행될 것이다"고 못박았다.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제작된 드라마들 역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로드 넘버원>(극본 한지훈ㆍ연출 이장수)이 대표적이다. 배우 소지섭 윤계상 김하늘 등 스타 파워를 내세우고, 100% 사전 제작제를 표방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홍보됐지만 뚜껑을 열자 빈틈이 많았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제빵왕 김탁구>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8분의 1에 불과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 종영된 KBS 1TV <전우> 역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방송 초반 고증 논란과 연기력에 대한 지적까지 더해져 얼룩졌다. 시청률은 10% 중반에 머물렀다. 원작들이 갖고 있던 반공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극이 연이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외주 제작사들도 시대극 제작을 머뭇거리는 눈치다. 시대상에 맞는 의상을 갖추고 세트를 짓는 과정에서 제작비는 천정부지 올라가지만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아 제작지원이나 광고 회수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설픈 시대극으로는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없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삽시간에 안티성 의견이 도배된다. 향후 시대극을 제작하는 모든 제작사들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극 제작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시청률로 작품을 평가할 수는 없다. 시청률 지상주의로 흐른다면 전체 드라마 시장 역시 퇴보할 것이다. 사극을 만다는 제작진의 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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