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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TV 브라운관을 생산하던 구미공단내 옛 금성사 공장이 내년부터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 생산기지로 탈바꿈한다. 23만㎡에 달하는 이 공장은 금성사에서 LG전자로 다시 LG디스플레이에 이어 메르디안 솔라 앤 디스플레이(MSD)로 바뀌는 과정에서 결국 부도를 맞아 폐허로 변해 지난 3년간 구미공단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올 초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데 이어 일본기업과의 합작사를 설립해 내년부터 신사업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어서 옛 영화를 재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소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구미공단 등 지역업계에 따르면 MSD는 이달말까지 차세대 2차전지 부품의 하나인 '슈퍼캐퍼시터(슈퍼캡·대용량 축전기)' 제조설비 설치를 완료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MSD 관계자는 "과거 회사의 주력이었던 브라운관은 시장성이 없어 포기하고 신사업을 물색하던 중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합작제의를 받아 지난 7월 기술이전과 합작사 설립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며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전기저장장치 부품인 슈퍼캡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SD는 일본의 한 IT 대기업으로부터 독자기술을 이전받아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 일본 기업은 현재 연 매출이 2조원대로 직원이 1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D는 일단 내년부터 스마트폰에 백업용 배터리로 부착되는 소형 슈퍼캡을 생산해 연 300억~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카메라를 비롯한 모든 고급 전자기기에 장착되는 부품으로 수요가 무한정한 부품소재로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MSD측은 "현재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슈퍼캡을 전량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이를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대형 제품 생산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초대형 배터리 부착으로 인한 차량 무게와 짧은 운행시간이라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슈퍼캡이 부착되면 배터리 크기를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수명도 2배 이상 늘릴 수 있어 회사측은 향후 연간 수 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SD는 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현재 건물이 포함된 공장용지 일부를 몇 개 제조업체에 매각하고 있으며 구미시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MSD는 지난 2009년에 과거 국내 최초 흑백TV 브라운관을 생산하던 금성사 공장의 후신인 LG필립스 디스플레이로부터 공장을 인수했으나 이후 시장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2011년에 부도처리됐다. 하지만 삼신정공(대표 임창건)이 지난 1월 MSD를 650억원에 사들여 4월 회생 종결로 재가동의 전기를 맞았다. MSD는 현재 불필요한 내부시설을 철거하는 등의 신사업을 위한 정비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MSD 관계자는 "소형 슈퍼캡부터 시작해 대형까지 생산시설을 갖추게 되면 700여명의 신규 인력이 고용될 예정"이라며 "매각된 부지에 입주하는 여타 업체에서도 모두 2,0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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