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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 홍명보와 교체돼 들어간 스물두 살의 대학생 차두리(FC서울)는 오버헤드킥으로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을 놀라게 했다.
치명적인 스피드와 유럽 선수에 뒤지지 않는 몸싸움 능력은 수비수로 변신한 뒤로도 그대로였다. '로봇' '차미네이터' 별명은 서른다섯이 된 지금도 그대로다. 31일 오후6시(한국시각)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릴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은 그런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 무대다. 차두리는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 반납을 선언했다. 이번 대회에서 역시 아시아 무대가 좁아 보이는 '폭풍 드리블'에 이은 어시스트 2개로 건재를 과시, 네티즌 사이에 은퇴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마음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대회 중에도 차두리는 트위터를 통해 "내 마지막 축구 여행"임을 강조했다.
차두리는 2001년 A매치에 데뷔해 74경기를 뛰었다. 75번째이자 마지막 A매치에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할 예정. 호주가 측면 공격 위주의 팀이라 전술의 키를 쥐고 있다. 우승할 경우 아버지 차범근도 들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컵을 갖고 명예롭게 대표팀과 작별하게 된다. 차두리의 은퇴는 새로운 신화를 준비하는 한국 축구에도 의미가 크다. 차두리는 2002년 4강 신화 멤버 중 사실상 마지막 국가대표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을 헹가래로 보내줬듯 이번에는 4강 신화의 마지막 산증인인 차두리를 보내줄 차례다. 세대교체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대표팀의 핵심은 차두리와는 띠동갑인 스물셋 손흥민(레버쿠젠)이다.
2002년 신화와의 작별이자 한국 축구 르네상스의 출발이 될 아시안컵 결승에서는 경기장인 시드니 스타디움 8만4,000석에 만원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결승전 입장권이 매진됐다고 30일 밝혔다. 대부분이 홈팀 호주를 응원하겠지만 한국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 20여명을 포함, 교민 등 1만여명이 현장에서 대표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편 30일 기자회견에서 안제 포스테코글루 호주 감독은 "한국은 개인보다 단체로서 매우 좋은 팀이었다"며 "단체의 힘을 앞세워 이번 대회 강팀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진정한 리더는 차두리와 곽태휘(알힐랄)"라며 특히 차두리에 대해서는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하고 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투혼이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은퇴 기념으로 우승과 함께 헹가래를 쳐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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