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와 국채금리 고공행진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5일(현지시간) 장기간 무정부 상태를 유지해온 벨기에의 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A'로 한 단계 끌어내렸다. 벨기에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의 여지를 남겼다. S&P는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하고 금융권의 자금조달 리스크가 급등하고 있다"고 강등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 국채수익률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5일 이탈리아 2년물 국채수익률은 8%를 돌파해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0년물 국채수익률도 7.4%까지 치솟아 구제금융 마지노선을 또다시 넘겼다. 스페인 10년물 국채수익률도 6.69%까지 올라 7%를 위협했으며 벨기에도 5.8%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처럼 자금경색이 심화하자 재정위기에 시달려온 국가들이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 국민당(PP) 정부가 IMF에 미리 구제금융 자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당장 내년에 1,200억유로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스페인의 자금사정이 다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아예 민간채권단에 추가 손실부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민간채권단에 새로 발행할 채권의 순현재가치(NPV)를 기존 40%에서 25%로 제시했다. NPV는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현재가치로 표현한 것으로 그리스의 요구대로라면 채권단이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지도자들은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동해 유로존 위기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29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안에 서명한 뒤 유럽안정화기구(ESM) 설립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독일ㆍ핀란드ㆍ네덜란드 3국 재무장관들은 회동을 갖고 IMF의 개입확대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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