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심판전' 성격으로 치러지는 미국의 11·4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에 여성 등 지지층 결집에 안간힘을 쏟으며 '막판 뒤집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 장악 유력=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특별행정지역 대표 6명을 제외한 하원 435명 전원과 상원 100명 중 36명, 주지사 36명을 새로 뽑는다. 특히 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어느 당이 상원을 차지할지를 꼽고 있다. 접전지역이 37개에 불과한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승리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상원마저 공화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면 명실상부한 '여소야대' 정국이 도래한다. 미국의 여소야대 정국은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민주당에 상하원을 모두 내준 뒤 8년 만이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여론조사 결과 양당의 자체 판세예측 등을 근거로 이변이 없는 한 상원 선거가 공화당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점쳤다. 1일(현지시간) 현재 상원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구의 판세를 종합해보면 공화당이 36곳 중 17곳에서 우세해 11곳에서 우위를 점한 민주당을 앞서나가고 있다. 공화당이 경합지역 중 3곳에서만 이겨도 51석을 보유한 상원의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현재 경합지로 분류되는 상원 선거구는 아이오와·뉴햄프셔·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루이지애나·콜로라도·캔자스·알래스카 등 8개 주다.
◇오바마, 접전지역서 막판 지원 호소=공화당은 의회장악을 코앞에 두자 주말 총력전을 벌이며 '굳히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은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이 앞선다고 알려진 뉴햄프셔에 화력을 집중하며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한 알래스카에서는 우위를 지키기 위해 지난주에만도 35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쏟아부었다.
벼랑 끝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여성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으는 것을 마지막 승부처로 삼으며 이변을 노리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민주당은 접전지역인 아이오와의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화당보다 12%포인트 높은 지지를 받는 등 전반적인 인기 하락에도 여성들로부터는 아직 건재한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1일 라디오 연설에 나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 여성친화적인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에도 로드아일랜드에서 열린 여성의 경제적 평등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단독회동을 한다. 에볼라 확산에 대한 실망스러운 대응, 고전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 등에 쏠린 유권자들의 관심을 경기회복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여소야대' 때는 레임덕 가속화=만일 이번 선거가 공화당의 압승, 민주당의 참패로 끝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이 이번 선거의 판을 '오바마 심판'으로 짠 상황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리더십에 흠집이 생기면서 '레임덕'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케어처럼 입법지원이 필요한 정책은 앞으로 의회에서 모조리 제동이 걸리게 돼 민주당의 2016년 대선 때까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NYT는 "백악관 내외의 정책 조언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에도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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