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든지 마음껏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지만 해외여행이 특권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안보교육까지 받아야 했지만 온 가족이 공항으로 나와 배웅을 할 만큼 집안의 경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것은 1983년이다. 그것도 금융기관에 200만원을 예치한 50대 이상만이 외국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해외여행의 전면 자유화는 1989년이 돼서야 가능했다. 자유화와 함께 대학생들의 배낭여행 붐이 불면서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인 80만명을 기록한다. 20여년이 지난 지난해 해외여행객은 1,500만명으로 급증했다. 누구나 내 집 드나들 듯 외국을 오간다. 여행 자유화는 국민의 생활 패턴을 바꾼 주요 사례 중 하나다.
자유로운 해외여행이지만 즐겁게 다녀오기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방문 국가의 여행자 휴대품 통관 규정을 잘 알아둬야 한다. 우리 국민이 많이 찾는 태국의 경우 면세 범위를 초과한 담배에 대해서는 담배가격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
호주는 집에서 만들어 진공포장까지 한 김치라도 압수가 된다. 호주는 모든 식품류를 입국 여행자 카드에 신고해야 하고 식품 등의 검역을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르는 사람의 가방을 함부로 들어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혹여나 마약이 든 가방을 대신해서 운반해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를 대신 운반하다 적발되면 소지 자체만으로도 엄중한 형사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 대리운반 등으로 적발돼 외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한국인은 대략 250여명에 달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주의할 점은 면세 범위를 초과한 물품에 대한 자진신고다. 지난 9월5일 해외여행자 1인당 면세한도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됐다. 여기에 담배 한 보루와 술 한 병, 향수 60㎖ 등도 세금이 면제된다. 면세 한도 인상은 우리의 소득수준 향상과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 조치다.
면세 한도를 초과해 물품을 구입한 여행자는 세관에 스스로 신고를 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여행자들의 자진신고 비율은 2008년 96%에서 지난해에는 82%로 뚝 떨어졌다. 입국장에서 휴대품 검사를 둘러싼 세관원들과의 마찰도 여전하다. 내년부터는 자진신고한 여행자에게는 납부세액의 30%를 세액공제해주는 혜택을 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행객에 대해서는 지금 30%인 가산세가 40%로 올라가고 2회 이상 적발됐을 때는 60%가 부과될 계획이다.
세관에서도 면세 한도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한 단속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국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 면세 한도를 높인 만큼 국민들이 이를 잘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여행자 스스로가 법규를 지키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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