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인 쌀로 빚어 우리 몸에 좋아<br>문배·소곡 홍주 등 205종 생산중<br>제왕운기·태평어람 등에 기록 남아<br>고구려·백제때는 中·日에 전하기도<br>제조법·지역따라 향기·맛 다양<br>쌀 소비증대 등 농촌경제에도 도움
 | 경주 교동법주(위)와 서울 문배주(아래)를 빚는 장인의 모습. 사진=한국전통주연구소 제공 |
|
[리빙 앤 조이] 전통酒, 그 깊은 세계
주식인 쌀로 빚어 우리 몸에 좋아문배·소곡 홍주 등 205종 생산중제왕운기·태평어람 등에 기록 남아고구려·백제때는 中·日에 전하기도제조법·지역따라 향기·맛 다양쌀 소비증대 등 농촌경제에도 도움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경주 교동법주(위)와 서울 문배주(아래)를 빚는 장인의 모습. 사진=한국전통주연구소 제공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굳이 신선을 찾을 것 없지.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라.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것 없네.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한 평생 풍류를 즐기고 노래했던 이태백이 술을 주제로 썼던 대표적인 시다.
지금도 애주가들 사이에서 즐겨 인용되는 이 구절은 사람과 술이 맺어왔던 불가분의 관계를 입증한다.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집집마다 향기로운 술을 빚어 음주 문화를 꽃 피워왔다. 특히 주식인 쌀을 원료로 만든 전통주는 농민의 허기를 채워주는 간식으로, 때로는 고달픔을 달래주는 위로의 술로, 건강을 지켜주는 약용주로, 집안에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흥을 돋구는 잔치 술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 들었다.
이렇듯 사시사철, 절기마다 우리 민족 식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전통주는 1907년 일제의 주세령 공포 이전까지 전국에 걸쳐 360여 가지가 있을 만큼 풍부하고 다양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문헌에 남아 있는 술에 대한 기록을 따져보면 1,000종이 훨씬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전통주는 우리 민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 시장을 주름 잡는 술 또한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다. 프랑스의 와인,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러시아의 보드카, 독일의 맥주,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 등이 모두 각국의 자부심이 배어 있는 전통주라고 할 수 있다. 각 국가마다 이렇듯 전통주를 중시하는 이유는 전통주가 그 나라 사람의 체질과 입맛에 가장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주종이 탁주ㆍ약주ㆍ소주 등으로 단순화 된 데다 해방 이후 쌀 부족으로 술의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통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전체 주류시장규모 7조3,000억원(출고가 기준) 중에서 전통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성인 1인당 술 소비량이 세계 1위인 것을 감안하면 전통주는 오히려 안방에서 외면을 받아온 셈이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전통주 복원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전통주 전문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전통주 산업은 아연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최근 웰빙바람과 함께 건강에 좋은 술을 찾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통주의 소비가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되살아 나고 있는 전통주 시장을 둘러 보았다. 아울러 술 빚는 과정에 담겨 있는 장인 정신과 각 지역에 따른 다양성, 효능까지 알고 나면 전통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전 보다 훨씬 따뜻해 질 것이다.
전통주는 우리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곡물을 주 재료로, 물 이외의 인위적인 가공이나 첨가물 없이 누룩을 발효제로 사용해 익힌 술을 말한다.
전통주 연구가인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전통주의 재료는 수수, 조, 기장, 보리, 쌀 등으로 이 중에서도 주식으로 삼았던 쌀을 주 원료로 술을 빚었다”며 “재료가 쌀인 만큼 일체의 부작용이 없고 우리 민족의 체질에도 잘 맞는 술”이라고 말했다. 이는 밀을 주식으로 삼는 프랑스나 독일 사람들이 밀이 아닌 포도나 보리로 술을 빚은 것과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역사
희랍 신화에 포도주가 언급된 것을 볼 때 인류와 술의 인연은 약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주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 전통주 전문가들은 동명성왕의 탄생 설화를 담고 있는 ‘제왕운기’(帝王韻紀)에 그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전통주의 역사가 2,0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백제의 술이 각각 중국과 일본에 전파된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태평어람’(太平御覽)에는 당나라 강소성의 명주인 곡아주가 고구려에서 유래됐다는 전설이 있으며, 일본에 누룩을 이용한 술 제조법을 전해준 백제의 수수보리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주신(酒神)으로 추앙 받았다는 기록도 문헌에 남아 있다.
고려 시대에는 쌀의 생산량이 더욱 늘면서 청주, 탁주, 감주 등 전통주의 종류와 제조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조선 시대에는 양조 기술이 더욱 발달하게 됐다. 술의 원료도 멥쌀 위주에서 찹쌀로의 바뀌기 시작했으며 발효 도중 곡물과 누룩을 더 섞어(일명 덧술) 알코올 도수를 높인 중양주(重釀酒) 문화도 발달했다.
그러나 우리 전통주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수가 크게 줄었고, 해방 이후에도 쌀 소비를 줄이려는 정부 정책으로 전통 곡주의 명맥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통주의 맛과 향
우리 전통주의 맛과 향도 서양의 술과는 다르다. 서양의 술은 무엇보다 향을 으뜸으로 치는데, 향기는 술의 원료에 따라 결정되고 숙성 과정에서 오크 통과 같은 용기에서 얻어지기도 한다. 반면 우리 조상들은 술의 주 재료인 곡물과 누룩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자연의 맛과 향을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 전통주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양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단맛과 쓴맛, 떫은맛, 매운맛이 잘 조화된 복잡 미묘한 감칠맛이라 할 수 있다. 전통주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 또한 복숭아, 사과, 포도, 딸기, 자두, 홍시, 매실과 같은 천연 과실과 꽃 향기들로, 딱히 어떤 한가지 향기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박록담 소장은 “해방 직후 서양식 제조법 보급으로 고온에서 속성으로 술을 빚다 보니 우리 술의 향이 누룩 향 하나 뿐인 것 같지만, 이는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한 저온 발효 방식으로 술을 빚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인 술에서는 갖가지 좋은 향과 맛이 어우러지는데, 이에 따라 고유한 향을 지닌 전통주를 방향주(芳香酒)라고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방의 명주
우리나라는 각 지역의 지리적 여건과 환경이 달라 자연 환경에 맞춘 다양한 전통주가 발달했는데 이를 지역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삼해주(청주), 삼해주(소주), 송절주(약주), 향온주(소주)가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특히 문배주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계승되고 있다. 문배란 맛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재래 돌배로 크기는 자두만 하다.
문배주는 ‘문배의 맛과 향이 난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맛이 깔끔하고 뒤끝이 깨끗해 양반들이 애용했던 술로 원래는 대동강 맑은 물로 만들어진 평양 지방의 술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10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을 때, 우리 측이 주최한 만찬에 문배주가 올랐는데 문배주의 기원이 평양의 대동강인 만큼 북측 인사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만찬주로 선택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만찬주로는 문배주 외에도 상황버섯 발효주와 약주, 복분자주, 대추술, 진도 홍주 등 11가지 팔도 전통주들이 식탁에 올랐다.
◆충청도=충청도는 여느 지방에 비해 전통주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아산 연엽주, 청원 신선주, 한산 소곡주, 금산 인삼주, 계룡 백일주 등이 있다.
대표적인 한산 소곡주는 첫 번째 잔을 입 안에 털어 넣으면 그 향기로운 맛에 반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없고, 두 번째 잔을 죽 들이키면 어느새 손끝과 발끝이 취해버려 몸을 일으킬 수 없다고 해서 ‘앉은뱅이술’이라고도 불렸다.
전문가들은 지극한 정성과 손맛, 이 지역 건지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깨끗한 우물물이 조화된 소곡주의 맛을 으뜸으로 치는데, 노르스름한 듯 맑고 깨끗한 술 빛깔과 은은한 향기, 감칠 맛을 특징으로 꼽는다.
◆전라도=국내 최대 미곡 산지인 전라도는 여러 가지 부재료를 넣어 술의 맛과 향이 복잡 미묘하다. 전통 증류식 소주인 완주의 송화백일주는 대대로 비법이 전승돼온 명주인데 특이하게도 선방(禪房)에서 즐겼다.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를 비롯해 산수유, 구기자, 국화, 당귀, 하수오, 감초 등의 자생약초와 함께 수왕사 절벽의 바위 틈에서 흘러 내려오는 약수와 찹쌀, 멥쌀, 누룩을 혼합해 100일간 발효, 숙성시킨 후 증류한 소주를 다시 100일간 숙성시킨 술이다.
12대 전승자인 수왕사 벽암 스님은 “명주의 비법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홍주는 충분한 발효와 숙성을 거친 후에 증류하고 지초라는 한약재를 이용해 착색시킨다.
빛깔은 아름답고 밝은 홍옥색을 띤다. 전북 고창에서 생산되는 선운산 복분자주는 지난 2000년 서울에서 개최됐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건배주로 채택되면서 일반인에 더욱 알려지게 됐다.
◆경상도=명문가에서 빚었던 가양주(家釀酒)를 중심으로 보급됐는데 경주 교동법주, 문경 호산춘, 달성 하향주, 안동 소주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중 안동 소주가 유명해진 배경으로는 이 지역 특산품인 마(麻) 잎으로 향을 낸 독특한 누룩과 좋은 물을 꼽을 수 있다.
소주를 내릴 때 가장 힘든 과정이 불땀을 조절하는 것인데, 불이 약하거나 강하면 제대로 된 안동 소주의 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경남 지역 특산물인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과 전남 보해의 복분자주가 건배주로 채택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 이후에는 천년약속과 보해 복분자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크게 늘기도 했다.
전통주의 현 주소와 과제
국내 주류 시장은 지난 2007년 말 현재 7조3,000억원(출고가 기준).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소매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에 달한다. 2007년말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의 면허를 받은 467 종류 가운데 205종(43.9%)이 생산 중이며, 생산업체는 152곳에 이른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주 제조업에 대한 혜택이 적고 위스키 및 브랜디에 대한 주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며”이 같은 제도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종의 소비를 오히려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주 진흥을 위해서는 집에서 빚는 가양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김태영 발효이용과장은 “각 지방의 특산 농산물을 재료로 만든 토속주를 발전시킨다면 농가의 소득에 보탬이 되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줄고 있는 쌀 소비를 늘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주를 우리 생활 속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손쉽게 집에서도 전통주를 빚을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가정용 자가 양조기’를 개발, 조만간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정용 자가 양조기가 확산, 보급되면 건전한 음주 문화 형성 및 저급주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 13조 6,0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ImageView('','GisaImgNum_2','default','550');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전통酒, 그 깊은 세계
▶ [리빙 앤 조이] 탁주는 제육·청주는 생선과 '궁합'
▶ [리빙 앤 조이] "전통酒 살리면 농촌도 살아날 것"
▶ [리빙 앤 조이] 인적 끊긴 바닷가 시간도 멈춰선듯
▶ [리빙 앤 조이] 속초의 별미
▶ [리빙 앤 조이] 겨울철 여드름 예방은 보습이 최우선
▶ [리빙 앤 조이] 건강신간
▶ [리빙 앤 조이] 건강 단신
▶ [리빙 앤 조이] 이북 지방 별미가 '팔도팔미'로 진화
▶ [리빙 앤 조이] 고기국물엔 레드… 멸치국물엔 화이트
▶▶▶ 인기기사 ◀◀◀
▶ "르노삼성·GM대우·쌍용차 묶어 삼성이 맡았으면…"
▶ 삼성전자 초유의 '조직·인사 혁명'
▶ "부도가 난 것도 아닌데…" 건설업체의 굴욕
▶ 여대생들이 '포르노 사이트' 운영한다니…
▶ 대우조선 매각 무산… 한화 3,000억 공중으로?
▶ '한강변 초고층 허용' 여의도 호가 수천만원 '껑충'
▶ '한 휴대폰서 두번호' LG전자 듀얼심카드폰 출시
▶ 잠잠하던 미래에셋 기지개 펴나
▶ "다음 차례는 유화"… 구조조정 태풍 온다
▶ 미국 핵무기 탑재 '무인 스텔스기' 개발할까
▶ "신동아 기고 미네르바는 가짜"
▶ 40년 해운불황에도 STX팬오션이 살아남은 이유
▶ 6월부터 파주~서울 전철로 출근한다
▶ 수면위를 나는 배 '위그선' 국내 민간기술로 양산
▶▶▶ 연예기사 ◀◀◀
▶ 신정환 방송중 욕설 파문… 누구에게 "XXX" 욕했나
▶ 임창정 '불후의 명곡'서 가수 컴백 전초전
▶ 아기 엄마 된 김희선… 딸 태명은 '잭팟'
▶ 이정진 "톱스타에게 여친 뺏긴적 있다"
▶ 고현정 "심은하에 밀려 2인자였다"
▶ 전지현 소속사, 휴대폰 복제 혐의 인정
▶ 전라까지 드러낸 박시연 "정말 열심히 촬영"
▶ 태연-강인 '간호사 비하 발언' 공개 사과
▶ 설특집 '우결'서 김신영-신성록 부부 인연 맺는다
▶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에 소속사 개입됐다
▶ 주지훈·신민아 "롱테이크 정사신은 힘들어요"
▶ 이시영 '우리 결혼했어요' 전진 신부로 찜
▶ 김별 '장례식의 멤버' 베를린영화제 초청
▶ 김남주, '내조의 여왕'으로 안방 복귀
☞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