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사장도 이제는 전문화돼야 합니다." '무좀양말'로 유명한 발가락양말을 10년 이상 수출하는 홍재화(50ㆍ사진) 필맥스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와 동료들에게 소상공인의 생존법을 이같이 설파했다. KOTRA의 파나마무역관 부관장으로 잘나가던 그는 지난 1995년 사업을 해보겠다며 사표를 냈다. 중남미 무역의 중심지인 파나마에서 그는 한국 자동차 부품 무역상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지만 국내 거래선을 확보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홍 대표는 "평소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니어서 'KOTRA 내에서 정년퇴직할 것 같은 사람' 0순위로 꼽히고는 했다"며 "가능성이 보여 시작했는데 사장이 된다는 것은 직원과 차원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첫 사업에 실패한 그를 살린 것은 선배의 추천으로 시작한 발가락양말. 국내에서는 중년 남성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발가락양말이 유럽에서 패션양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부지런히 유럽시장을 뚫었다. 1998년 첫 거래를 한 핀란드의 필맥스라는 회사가 단골이 돼 지금까지 주문을 이어오고 그는 내친김에 회사 이름을 드미트리에서 필맥스로 바꿨다.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는 "핀란드ㆍ독일 등 유럽 수출물량의 80%가 여성용이며 화려할수록 인기가 높다. 유아ㆍ스키선수용, 비단ㆍ타월제품 등 기능이나 원단도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한때 발가락양말만으로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1인 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규모다. 국내에서 소규모 제조업으로 15년간 살아남은 회사도 드물다. 그는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대구에 있는 생산공장에 투자, 필맥스 양말만 생산하는 제조라인을 확보하고 품질 향상에 힘썼다. 2005년 그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섬유쿼터제 폐지로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수출물량이 줄어들었다. 수출만 주력해온 그는 수입에 눈을 돌렸다. 그는 2008년부터 워킹화의 일종인 '맨발신발'을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는 "밑창이 1㎜밖에 되지 않아 가벼운 게 장점"이라며 "발바닥에 신체의 경락이 모여 있다는 한의학적 지식에 익숙한 덕분에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가 높고 최근 걷기 열풍에 힘입어 매출이 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취미가 독서라는 홍 대표는 세 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길벗)' '홍사장의 책읽기(굿인포메이션)'에 이어 최근 '결국 사장이 문제다(부키)'를 출간했다. '무작정 따라하기'는 2만권 이상 팔려나가 자기계발서 스테디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경제경영서들 대부분이 중견기업 이상을 대상으로 해 소기업 사장들의 갈증 해소에 한계가 많다"며 "5년 전 소상공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15% 이상이었다면 지금은 5%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창업 준비생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20여권의 책을 읽는다는 홍 대표는 "최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자본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칫 자신감이 충만하지 못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어떤 책이든 긍정의 힘이 있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독서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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