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세계 경제위기에 발 빠른 대응이라는 긍정적 평가 속에서도 투자 부진과 고용 악화, 그리고 빈부격차 확대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 정부 스스로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이 내걸었던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의 도약 계획은 물 건너가고 한국 경제를 어떻게 나락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경제전문가들은 신속한 위기 대응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적절히 극복했다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의 근간인 투자와 고용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불안한 모습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경제구조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소득분배 개선 노력의 실패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특히 재정확대에 따른 급격한 국가부채 증가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투자ㆍ고용 악화 속 빈부격차 커져=이명부정부 2년차는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제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지표 관리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제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투자의 경우 이명박정부 2년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10.9%로 참여정부 2.3%, 국민의정부 -3.1%보다 낮다. 고용률도 참여정부 2년차에 59.8%였던 것이 이명박정부 2년차는 58.6%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에 발표된 고용동향에서는 실업자가 121만6,000명으로 10년 만에 실업자 120만 시대가 현실화됐다. 특히 빈부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및 농가를 제외한 전국 지니계수(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등불평등 심화)는 2007년 0.329에서 이명박정부 출범인 지난 2008년 0.331로 더 악화되며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악이다. 조만간 2009년 확정치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지난해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정부의 정책 추진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유경준 KDI 연구위원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중산층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추락한 반면 부유층의 소득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속한 위기 대응 능력… 반면 재정위기 초래=정부의 위기대응 핵심은 재정확대 정책이다. 지난해에는 28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을 편성하고 상반기에만 65%를 투입하며 소비 회복과 경제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집권 2년 동안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의 0.81배와 0.87배 성장에 머물렀던 반면 현 정부는 세계 경제성장률의 1.26배를 달성하며 당당한 성적표를 받아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MB 정부 2년은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다른 나라보다 경제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 확대에 따른 성장률을 높이는 데 집착하느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때문에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28.7%에서 2008년 30.1%까지 높아졌고 지난해는 35.6%까지 치솟았다. 또 2008년 52조원이었던 국채 발행액은 지난해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무려 63.4%가 증가한 85조원을 기록했다. 지나치게 빠르게 국가부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국 경제의 성장은 사실 재정 투입에 따른 결과물이었다며 소비와 설비투자, 고용 지표 등이 악화되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