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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라프칙 “고객중심 마케팅 통해 프리미엄 차량 시장에 역량 집중”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COBO)센터에서 열린 2013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만난 존 크라프칙 현대자동차 미국 판매법인(HMA) 사장은 정장 상의에 ‘9%’라고 적힌 동그란 배지를 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크라프칙 사장뿐만 아니라 현대차 전 직원이 9% 배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9%의 뜻은 뭘까. 이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즉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이 미국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차지한 점유율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의 현대차의 점유율 5%보다 월등히 높다. 크라프칙 사장은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모르는 이가 많아 이번에 이 배지를 만들어 함께 착용했다”면서 “무슨 배지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올해 고급차 소비자 공략에 올인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판매 대수와 시장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소비자 만족 마케팅을 통해 고급차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보겠다는 전략이다.
크라프칙 사장은 이날 모터쇼장에서 열린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제네시스 후속 모델의 콘셉트카인 ‘HCD-14’를 소개하고 올해는 ‘성공한 사람(successful people)’ 시장에 공을 들이겠다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특히 현대차는 고객의 ‘시간’에 투자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 시승차를 고객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가져다 주는 한편 기존 고급차 고객이 차량 수리 등 서비스를 원할 경우에는 차를 직접 픽업해 수리를 마친 뒤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기로 했다. 브랜드 마케팅 면에서는 슈퍼볼, 아카데미 영화제 등 대형 이벤트에 더욱 과감하게 광고를 투입할 계획이다.
크라프칙 사장은 “제네시스의 36개월 뒤 잔존가치는 아우디 ‘A6’를 제외한 모든 경쟁 프리미엄 경쟁 차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에쿠스는 렉서스 ‘LS’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잔존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이는 현대차가 가격대비 좋은 차에서 가치가 높은 차로 변화했다는 뜻”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전체 고객 중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인 고객 비중이 25%까지 높아졌다”며 “고급차 시장 본격 공략을 위한 기반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프리미엄 우선 전략은 미국 시장의 대세를 제대로 읽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중ㆍ소형차 주도로 전년 대비 13%나 성장했고, 올해부터는 성장의 패턴이 양에서 질로 전환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소형차와 연비 좋은 차가 주인공이던 최는 수년간의 경향과는 달리 메이커마다 고급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번 모터쇼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샴페인 뚜껑을 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진 데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한편 현대차가 이날 소개한 차세대 제네시스 콘셉트카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옆모습과 뒷모습은 날렵한 쿠페 스타일이지만 대형 그릴을 채용한 앞모습은 클래식카의 강인한 인상을 닮았다. B필러가 없고 앞문과 뒷문은 마치 양문형 냉장고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열린다.
아울러 운전자의 시선과 손동작을 인식해 내비게이션, 공조장치 등 모든 조작을 직접 터치 없이 동작인식만으로 할 수 있게끔 하는 첨단 기술도 탑재했다. 현대차 최초로 풀타임 4륜구동 모델도 나온다. 국내 출시는 올해 하반기이고 미국에서는 내년 초에 출시된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사장이 14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차세대 제네시스 컨셉트카를 전세계에서 모여든 취재진에게 소개하고 있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사장이 14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올해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상의에 착용한 배지의 ‘9%’는 지난해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달성한 의 미국 고급차 시장서의 점유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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