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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신한류 '차이코리아' 뜬다

천송이·도민준 신혼집은 상하이?

작가·엔터기업 중국 진출… 한류에 '대륙 색깔' 담아

쌍방향 교류 통해 현지화

중국판 꽃할배 등 만들어 한국문화 위상 업그레이드



#. 10여년째 KBS 예능프로그램 '연예가중계' 메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숙 작가가 최근 호기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작가공작소' 소속 동료 방송 작가들과 공동으로 프로그램 기획과 집필을 맡으며 중국 대륙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작가는 올해 초 후난위성TV에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중국 외주제작사 '아이메이(愛美) 영상문화미디어 유한회사'로부터 업무 파트너 제안을 받았다. 고심 끝에 각 회당 45분 분량의 드라마 30회분 2건, 회당 한 시간 분량의 12회분 예능프로그램 3건에 대한 계약을 마치고 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 최근 CJ E&M은 중국 동방위성(상하이동방오락전매유한공사)과 손잡고 중국 현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등 국내 인기 프로그램의 중국판 버전을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동방위성은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산하 위성채널로 10억명 이상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 위성 사업자 중 하나다.

한류가 단순 콘텐츠 수출에서 중국과의 공동 제작,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 쌍방향 교류를 통한 글로벌 현지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의 한류가 해외로의 일방적 전파였다면 최근에는 중국적 특색 등을 가미한 쌍방형 한류로 진화하며 중국 문화에 진정으로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내 선풍적 인기에서 보듯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일방적 중국 시장 공습에 놀란 중국당국은 해외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고있다. 실제 올해부터 중국 광전총국(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 격)이 각 위성 방송국에 해외 콘텐츠 포맷 수입을 1년 1회 제한하는 내용을 법으로 정해 시행하는 등 대중(對中) 한류 콘텐츠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런 문화 수입 규제에 대응해 중국 문화와의 융화를 시도하는 중국 현지 제작 및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새로운 모습은 한류의 위상과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서 한류 기획·제작 잇달아=한류 열풍으로 문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중국은 역량을 갖춘 한국 방송작가들을 아예 제작 초기부터 영입해 처음부터 중국산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인력이 지닌 '기획력'을 중국 내 프로그램에 녹이는 '인력 수출'은 또 다른 콘텐츠 한류의 진일보를 이끄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방송 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가 어려웠던 프리랜서 작가들의 활발한 중국 진출은 직업 자체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세계 콘텐츠 산업 상위 15개국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향후 5년간 콘텐츠 산업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국가로 단연 '중국'이 꼽힐 정도로 미래 먹거리가 많은 시장이다. 이제껏 콘텐츠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이라 여겨왔던 일본이 껄끄러운 외교 관계와 반한(反韓)기류로 활기를 잃어가자 중국 시장을 향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한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초기만 해도 각종 시스템 부재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 문화계 종사자들의 현지 활동이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2004년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금 불이 지펴진 중국 내 한류 붐은 한층 진화된 형태를 보이고있다.

앞서 언급한 이현숙 작가의 사례처럼 '인력 수출'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17일 국내 대표 콘텐츠 기업인 CJ E&M은 자사 케이블 채널(tvN)의 인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의 중국판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나영석 PD와 제작진이 연출지도와 자문을 해주는 '플라잉 디렉터(FD·Flying Director)' 로 중국을 오가며 직접 워크숍을 진행하고 제작 기술 전반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김영희 PD(MBC 특임국장)가 후난위성TV에서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의 제작 과정에 자문 역할을 했고 두 프로그램을 모두 흥행시킨 사례가 있었다. 이번 중국판 '꽃보다 할배' 제작 역시 단순히 완성된 테이프를 파는 한류 수출에서 한층 진화된 형태라 말할 수 있다.

◇공동제작 통해 중국판 한류 만들어=우리 인력의 현지 기획·제작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현지 회사와의 '공동제작 또는 협업'이라는 장치를 보태 콘텐츠 한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와 합작은 한국 콘텐츠의 '일방적인 전파'라는 중국 내 인식을 중화시키는 것은 물론 외국 콘텐츠와 기업에 각종 규제를 치밀하게 들이대는 중국에서 활동 보폭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른바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글로벌 현지화) 전략으로 한류 확산에 날개를 달기 위한 '현지 법인' 설립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대륙을 홀린 배우 김수현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기업 키이스트는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한류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드라마 '별그대'가 중국에서 문화적 신드롬을 넘어 한류 열풍을 주도하면서 키이스트는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이번 중국 현지 법인 설립으로 김수현 이외의 키이스트 소속 배우들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자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배우 김수현과 함께 최근 신(新)한류 4대 천왕으로 손꼽히고 있는 배우 이민호의 소속사(스타하우스) 역시 지난 1월 중국 대형 기획사 '화이 브러더스 미디어그룹'과 우호적 업무협약을 맺고 '스타하우스 차이나'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스타하우스가 관계 맺은 중국의 '화이 브러더스'는 차스닥에 상장, 중국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민영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설립 초기부터 영화·드라마·연예인 매니지먼트 세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로 추진하며 중국 문화예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회사와의 이 같은 두터운 신뢰와 상호작용은 항한류(抗韓流)라는 변수도 큰 부침 없이 무던히 지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김익기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앞으로의 한류는 '혼종화'(混種化)라는 말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한류는 문화적 교류가 결여된 채 일방적 흐름으로써 전파자 역할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현지 문화와의 상호 작용과 융화의 과정 속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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