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2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2차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담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간의 'G2 회담'으로 전개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 온 금융시스템에 대한 개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할 각국의 재정확대책 등도 중요 의제이긴 하나 최근 중국과 미국간의 새로운 기축통화 도입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크게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주 위안화의 결제통화 도입을 겨냥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달러 대체' 방안을 제기해 미국 뿐 아니라 주요 관계국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미ㆍ중 체스판' 물밑 전개= 중국 시나닷컴은 29일 '중ㆍ미간 체스판이 조용히 벌어지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국은 G20회담에서 한편으로 중국을 달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 달러화의 지위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며 "두 나라는 힘을 합쳐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속으로는 양자의 이해를 둘러싼 물밑 게임을 은밀히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나다컴은 또 "G20 정상회담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결을 위한 전세계적 공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중ㆍ미 양국은 세계경제의 양대 엔진 겸 안전판으로서 이번 회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미ㆍ중간 협상에 중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국가안보회의(NSC)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회담을 갖고 미ㆍ중 양자관계는 물론 국제 현안들에 대해 폭 넓은 의견을 교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프로먼 국제경제문제 담당 부보좌관은 "두 정상간의 의제는 경제와 정치, 전략적인 문제를 모두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관측통들 역시 이번 G20 회담이 사실상 미국과 중국간의 G2 양자회담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는 "현재 세계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하는 양극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G20회담은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간의 미ㆍ중회담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기축통화 폐지' 논란 확산= 이번 G20회담에서 미ㆍ중간 '체스판'은 특히 저우 행장이 제기했던 달러화의 기축통화 폐지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미ㆍ중 양측은 저우 행장의 발언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신결전을 펼쳐 왔다. 저우 행장은 지난주 인터넷 성명을 통해 "IMF의 SDR이 국가를 초월하는 슈퍼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고 지금이 제 기능을 발휘할 때"라면서 SDR를 달러 대체통화로 만들자고 제안해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에 대해 팀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즉각 반발했다. 또 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도 "중국이 표리부동하다"고 비판했다. 미ㆍ중은 군사문제와 대만문제, 인권문제, 티베트문제 등에서도 최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5일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급속히 군비를 증강하고 핵과 우주기술 등 파괴적 군사력을 개발함으로써 국제안보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섰다. 미국 하원은 최근 대만관계법 제정 3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중국은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불만을 표시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말 연례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자 중국 국무원도 곧바로 자체 인권보고서를 내고 "미국이나 잘 하라"고 반격했다. 또 미 하원이 중국에 티베트 인권 탄압을 중지하고 달라이 라마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를 통과시키자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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