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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韓·日관계 큰틀에서 보자
입력2005-03-29 17:18:36
수정
2005.03.29 17:18:36
박번순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 보수진영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심심찮게 들리더니 한 현의회에서 독도의 날까지 제정했다. 일본정부는 은근히 뒤에서 이를 즐기는 것도 같다.
우리 쪽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이번에는 확실히 하겠다고 선언했고 반일여론이 뜨겁다. 대화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수년간 더할 수 없이 좋아보였던 양국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갈등 지속땐 비제조업등 타격
최근 일본의 우경화는 동아시아 질서 개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6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리더를 자임했던 일본은 2000년 이후 경기침체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당혹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은 지난 2년간 일본경기 회복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 직접적으로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했다. 간접적으로는 한국ㆍ대만 등의 대중 수출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대일 수입이 유발되고 있다. 이제 적어도 일본 경제계에서는 중국과 아시아가 자신들에게 이로운 존재로 상호 호혜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위 실리에 대한 경제계의 인식은 아직 보수 정치 및 민족주의자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이들은 일본의 대미 수출비중이 99년 30.6%에서 2004년 22.4%로 급감했고 대신 동아시아에 대한 수출비중이 35.8%에서 46.9%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해 중국의 대동아시아 수입의 증가액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두배가 됐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보수진영은 동아시아 내에서 일본이 지는 해가 된다는 사실에 불편해하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당이 몰락한 지금 보수진영은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은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 속에서 동아시아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대중 압력에 편승하고 있으며 이 속에서 독도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첫째, 한국은 일본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일본은 우리의 제3의 수출시장이었고 동시에 제1의 수입국이었다. 대일 무역적자는 244억달러로 총무역흑자 294억달러의 83%에 이르렀다. 이 적자는 현재의 우리 산업구조와 기술수준에서 조기에 극복할 수 없다. 다행히도 정보기술(IT)이나 문화산업 그리고 관광교류에서 우리는 대일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비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은 양국관계가 악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야이다.
둘째, 아무리 밉더라도 일본을 동북아, 나아가 동아시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협력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따라서 중화주의 기운이 노골화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을 의식해 세계를 단일 패권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한다는 평가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에서 동북아는 미국과 중국의 전선이 될 수 있다. 일본을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미국의 그늘 아래 둠으로써 우리와 나아가서는 중국과 대립하게 해서는 안된다.
셋째, 중국의 대량생산 제조업의 성장이 현재와 같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조립산업의 경쟁우위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생산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해야 하고 이것은 바로 부품과 소재산업이다. 우리가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육성할 때 일본의 직접투자나 기술은 중요하다. 사실 지난해 일본의 소니가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 합작투자를 하는 등 전자부품 등에 대한 일본기업의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점에서도 한일 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감정대응 삼가고 협력 모색을
현 시점에서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해야 하겠지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 내에서도 경제계는 동아시아에서의 사업기회 확대를 통해 얻을 실리가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좌파가 몰락한 상황에서 보수진영의 발언 강화가 일본의 동아시아 내 영향력 축소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볼 때 우리는 양자를 적절히 분리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적어도 어느 지방 시의회의 대마도 조례 제정과 같은 감정적 대응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다시 진행하도록 하고 인적ㆍ문화적 교류도 더욱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인의 눈을 깨우치고 실용진영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에도 선량한 중국이 되고 동북아가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계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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