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피아노 제조사 삼익악기는 2011년 영업이익이 89억원에서 지난해 17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삼익악기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은 중국시장. 삼익악기의 중국 매출은 2008년 25억원에서 지난해 348억원으로 13배 넘게 성장했다. 소득이 오르며 교육열이 높아진 중산층들이 우리 1990년대와 같이 집에 고가 피아노를 한 대씩 들여놓고 있는 점에 주목, 중국시장에 공을 들인 결과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인구 13억명의 거대 내수시장 빗장이 풀렸다는 것을 뜻한다. 인접한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 공략 기회가 확대됐다는 것인데 미국의 컨설팅업체 맥킨지 역시 2020년까지 중국의 중산층 가구가 전체의 51%인 1억6,700만가구로 4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류 마케팅은 한계…'중화전략' 펴라=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성공한 것은 '한방'이라는 이미지가 중국과 공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시장에서의 더 큰 매출을 위해 고급화와 중국화를 꼽았다. 설화수가 비싼 한국 제품이라 잘 팔린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한류'에 대한 오해도 지적했다. 한류는 중국 중산층의 일부가 좋아하지만 전체 수요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번 더 큰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존 한류 마케팅으로 반짝 매출을 올리는 사업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한 중국 주식담당 펀드매니저는 "우리나라 영화 흥행작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도 없고 한류 브랜드로 오래 살아남는 기업도 없다"며 "소프트웨어·연예인·게임 등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을 중국 색에 맞추는 전략을 펴야 더 많은 중국 중산층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점효과는 곧 끝나…고급 완성 제품 브랜드화해야 성공="중국은 바보가 아니다." 한중 FTA 협상에 참여했던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의 말이다. 우리가 아직도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볼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 실장은 "고급 소형가전, 밥솥에 이어 기능성 의류와 패션 등 고급 소비재를 빨리 브랜드화해야 중국과 무역에서 계속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 밥솥은 쿠쿠전자·리홈쿠첸, 의류는 베이직하우스 등이 매출을 크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중산층이 품질이 우수한 우리 제품을 계속 살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평가한다. 설화수 같은 제품이 연속해서 나와야 중국시장 선점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스마트폰을 얕보다 '샤오미 쇼크'을 겪은 것처럼 중국의 역습으로 화장품과 의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언제든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 연구원은 "중국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내수시장의 빗장을 풀 준비가 돼 있다"며 "한중 FTA는 분명 우리 기업들에 기회지만 기존에 선점한 브랜드 효과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수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의 내수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 채널 확보도 관건이다. 국내 기업들이 낮아진 관세로 수출해도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유통 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개발이 마무리된 1선 지역보다 내륙시장인 2선·3선 지역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현지 유통 채널 확보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원호 한국무역협회 마케팅협력실장은 "중국시장은 덩치 큰 우리 대기업도 유통에 실패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제품 경쟁력만 있으면 중소·중견기업들이 뱅가드그룹과 같은 현지 유통업체를 타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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