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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길어지자 출산율도 곤두박질

스페인 1.46명서 1.38명으로


유럽 젊은이들이 경기침체로 결혼과 아이 낳기를 꺼리면서 유럽 국가의 출산율(여성 한 명당 평균 자녀 수)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저출산ㆍ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경제에 장기적으로 또 다른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유럽 15개 국가의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11개국이 줄어들고 있다며 경제위기가 인구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곳은 유럽 경제위기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의 출산율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8년에는 1.46명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에는 1.38명까지 떨어졌다. 라트비아도 2008년 1.44명에서 지난해에는 1.20명으로 곤두박질쳤으며 같은 기간 아이슬란드는 2.25명에서 2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경향은 상대적으로 경기침체의 위협을 덜 받고 있는 국가에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지난해 출산율은 1.88명으로 전년도의 1.95명보다 후퇴했으며 덴마크도 1.88명에서 1.76명으로 줄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프랑스도 1.99명에서 정체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영국과 헝가리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청년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가정을 꾸릴 돈이 없는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21만4,300쌍이 결혼식을 올린 스페인이지만 청년실업률이 50% 이상으로 치솟자 지난해에는 23%나 급감한 16만4,000쌍이 결혼하는 데 그쳤다. 결혼한 부부 역시 정부가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복지비용을 후려치자 '아이=또 다른 지출'이라는 생각에 아이 낳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또한 그동안 출산율 견인의 일등공신이었던 이민자들이 일자리가 줄어들자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토마스 소보트카 비엔나 인구통계연구소 연구원은 "10년간 상승세를 탔던 유럽 출산율이 최근 3년 새 한꺼번에 곤두박질치면서 그동안의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이 물거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침체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출산율의 통계적 특성상 지표에 즉각 표시가 나지 않아 향후 몇 년간 출산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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