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고성장 기조를 지속한 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합니다. 하지만 농촌과 도시간 소득격차, 지역별 편중개발, 문화부문의 발전, 정치개혁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아직 많아요. 특히 시장경제의 발전에 걸맞게 정치부문이 개혁돼야 합니다.” 쥐궈위(雎國余) 베이징대 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경제 규모에 발맞추어 정치도 이에 맞게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쥐 소장은 내년도 추진 예정인 4조위안의 ‘중국판 뉴딜’은 분명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지만 환경오염 및 부패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쥐 소장은 또 내년 중국경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성장률 8%선은 무난히 유지할 수 있다면서, ‘중국판 서브프라임’의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의 든든한 후원이 있는 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그는 인민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위안화의 최근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위안화의 절상을 앞으로도 중국에 강하게 압박할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절상흐름을 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학의 이푸일러우(逸夫日樓) 4층에 위치한 쥐 소장의 개인연구실에서 세계경제와 중국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세계경제의 이슈는 뭘까요. 세계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역시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미국발 신용위기로 3대 자동차 업체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이미 수 많은 실업자가 발생했고, 자동차 부품 및 판매 업체들도 덩달아 실업률이 증가해 미국의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어요.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 때문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국과 일본, 한국 등의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 같아요. 다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다양한 경제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점이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은 경제구조의 개혁과 전환을 시도하게 될 것입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세계경제는 어느 정도 회생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반대의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밖에 없겠지요. -중국경제는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요. 실제로 그럴까요? ▲지금 상황으로는 내년의 중국경제 성장률은 8%선을 무난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좀 더 낙관적으로 보면 9% 가깝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만, 세계경기 둔화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 중국의 수출상황이 나빠지고 취업난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중국에서 매년 필요한 1,0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8%대의 성장률이 꼭 필요합니다. 성장률이 7%대로 들어서게 되면 실업률 때문에 사회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현재 농촌의 유동인구를 고려하면 중국의 실업률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정부 공식통계로는 실업률이 4%다, 5%다 말하지만 실제로는 10%가 넘을 거예요. 중국 정부가 금융 및 재정정책을 통해 많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만, 중국경제 역시 올해 상당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렇습니다. 나 역시 중국의 적극적인 행동이 매우 중요다고 믿는 편이예요. 하지만 중국은 반드시 사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한 뒤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내부적인 문제를 수습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풍부한 외환보유고와 시중은행의 예금액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것에도 힘써야 합니다. 다만 해외투자 과정에서 불량자산에 대해 고도의 경계심을 유지함으로써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이 꼭 수반돼야겠지요. 이밖에도 중국산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해외 시장에 질 높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중국이 해야 할 일입니다. -말씀처럼, 중국경제를 우선 살리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를 위해 인민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까요? ▲중국은 현재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므로 금리를 더 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새해 초에 즉각적인 인하는 기대할 수 없고, 1월이 지난 1ㆍ4분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아시다시피 요즘 중국 정부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죠. 중앙정부는 4조위안 재정정책을 발표했고, 지방정부의 부양책까지 모두 합치면 20조위안이 넘는 계획이 잡혀 있어요. 하지만 이 같은 재정수단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민은행이 금리를 다섯 차례나 내린 것도 통화정책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죠. 중국은 서방국가와 달리 시중은행의 예금고가 46조위안으로 아직 넉넉한 상황이므로, 금리 인하를 통해 투자위축과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재정투자에 대한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판 뉴딜’의 효과가 기대되는 데요. ▲맞습니다. 4조위안의 재정투자 발표는 매우 정확한 조치이며, 꼭 필요한 것이었지요. 도로를 건설하고 농촌의 복지를 증대시키며, 경제 낙후지역의 교육위생환경 개선하는데 돈이 쓰일 것입니다. 또한 서부 대개발과 생태 보호 등에도 재정이 투입되겠지요. 모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고정자산투자의 확대는 중국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환경파괴 등의 병폐를 더욱 증폭 시킬 수도 있고, 잘못된 재정 집행으로 인해 부패문제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어요. 따라서 4조위안의 집행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엄격하게 관리감독하는 중앙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정부의 재정투자가 별다른 성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통화팽창에 따른 부작용만 초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부 지방정부에서 거짓된 통계자료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경제의 실상을 오도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위안화가 절하흐름을 보이면서, 중국이 ‘약 위안’ 으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만. ▲위안화가 일시적이나마 절하흐름을 보였으니, 그런 관측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의 위안화 절하는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강세에 따른 반작용이었을 뿐입니다. 특히 요즘 중국 수출실적이 둔화되면서 위안화 절하를 통해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지만, 위안화의 큰 흐름은 역시 절상 기조라고 봅니다. 우선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여전하고, 중국경제의 발전추세가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잖아요. 게다가 미국측에서 자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위안화의 절상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중국의 입장에서 세계 유일의 초강국인 미국의 압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겠죠. 위안화는 단기적으로 1달러 대비 6.5위안선까지 내려가고, 그 이상의 절상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한 마디 하자면, 절대 도달해서 안되는 위안화의 수준은 ‘1달러=4위안’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수출산업은 궤멸하고 말 겁니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중국판 부동산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전과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 연해지역의 집값이 요즘 크게 떨어지고 있지요. 그 동안 이 지역들의 집값이 너무 빠른 속도로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자본들이 최근 금융 위기 이후 급속하게 이탈하면서 연해지역의 부동산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폭의 하락 가능성의 희박합니다. 또 일부의 우려처럼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는 없을 거예요. 부동산 거품붕괴에 따른 중국 시중은행의 파산과 같은 사태는 중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시중은행들은 부실대출 비율이 매우 작은데다, 이들이 대부분 국유은행이라 든든한 정부의 후원이 있지요. 중국에서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사회적인 대격변이 없는 한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은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겼다고 보시나요. ▲개혁개방은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30년간 일관되게 고속성장을 유지했다는 점이 가장 큰 과실입니다. 개혁개방 기간 중국은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360달러로 높아졌고 국가 GDP 총액도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특히 통화팽창에 대한 억제 등 중국의 정책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1988년 18.3%에서 1994년 21%에 달했던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정책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5%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5% 아래로 낮아져 3%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고성장, 저물가’ 기조를 지속한 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농촌과 도시간 소득격차, 지역별 편중개발, 문화부문의 발전, 정치개혁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아직 많아요. 특히 시장경제의 발전에 걸 맞게 정치부문이 개혁돼야 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 중국에 직선제나 다당제 등 서구식 정치제도 도입하는 것은 결단코 시기상조라고 강조하고 싶네요. -최근 한중 양국은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중 양국은 경제적으로 보완적인 관계이니 협력 확대는 당연한 귀결이겠죠. 한중은 정치적으로도 협력할 부분이 많고, 문화적으로도 점점 융화되고 있지요. 드라마 ‘대장금’을 한중 양국민이 모두 좋아했다는 점만 봐도 한국과 중국은 문화적 유대감이 아주 커요. 특히 양국간 무역규모는 급속하게 성장해 왔는데, 이는 양국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제품과 기술이 중국인의 취향과 필요에 매우 부합되고, 결과적으로 중국경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지요. 한국기업들의 대중 투자로 중국인들에게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도 중국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또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엔 한계가 있다고 봐요. 역사 문제에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점이 많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중 양국간에는 그런 문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갖는 등 협력관계를 굳건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거시경제이론 및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연구의 권위자. 최근 중국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조방형 모델'에서 '절약형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현재 성균관대 겸임교수와 국내 모 대기업의 고문을 맡고 있어, 중국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경제학자로 꼽힌다. 쥐 소장은 1970년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졸업과 동시에 강단에 서 40년 가까이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혁논리 및 실물경제 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면서 중국 경제학계에 기여해 왔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지난 99년 베이징대학을 빛낸 10명의 교수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46년 중국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 출생 ▲65년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입학 ▲70년 베이징대학 강사 ▲86~87년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방문연구 ▲91~92년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대학 방문연구 ▲99년 '베이징대 10대 교수' 선정 ▲09년 현재 베이징대학 경제연구소 소장, 경제학술위원회 주석, 경제학과 교수 ▲주요 저서; '사회주의 시장경제'(1999), '해협양안민영경제연구'(2000), '중국경제개혁: 회고와사고'(2001) '중국국유경제효익분석'(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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