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중·일 해상교통로 장악 '샅바 싸움'

남중국·인도양 확보 진주목걸이 전략 vs 印·濠·하와이 축 다이아몬드 전략

9월 인도 등 앞다퉈 방문… 시진핑·아베 외교전 치열

대규모 경제원조 등 인접국에 '당근'도


인도를 비롯해 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를 놓고 중국과 일본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중국해에 이어 인도양의 해상교통로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일명 '진주목걸이' 전략과 중국의 지역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의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이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이달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스리랑카를 각각 방문한다. 두 정상은 이들 국가를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규모 경제원조 등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6일부터 8일까지 약 40개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두 국가를 차례로 방문한다. 현직 일본 총리의 방문은 방글라데시가 14년 만이며 스리랑카는 24년 만이다. 지난 3일 귀국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뒤쫓듯이 대규모 투자사절을 이끌고 남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목적은 중국이 입김을 키우고 있는 이 지역에서 경제 및 외교안보 면의 입지를 넓혀 자신이 구상하는 해양안보 구상인 안보 다이아몬드 가운데 가장 취약한 한 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보 다이아몬드란 아베 총리가 지난 2012년 12월 취임 직후 해외 기고를 통해 밝힌 해양안보 구상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아시아의 민주적 안보 다이아몬드'라는 기고문에서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고 인도양부터 태평양 서안까지 자유로운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하와이(미국)·호주·인도가 연계해 중국을 에워싸는 다이아몬드 대열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앞서 2일 산케이신문은 최근 모디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의 완성이 임박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비동맹 외교노선을 걷는 인도가 중국을 등지는 리스크를 감안해가며 일본의 안보구상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도양의 최강대국이자 중국과 견제관계에 있는 인도가 애매한 태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주변 지역에서의 중국 세력 확장을 억지하고 최대한 다이아몬드의 외곽을 굳히기 위해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등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일본은 방글라데시에 향후 4~5년간 6,000억엔(약 5조8,500억원)의 공적원조를 제공하고 수도 인근에 일본 기업을 위한 특별경제구역을 조성하는 데 이번 회계연도에 4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양교통로의 요충지인 스리랑카에서도 해양안보 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시 주석도 아베 총리의 순방 직후인 이달 중순 인도와 스리랑카를 찾는다. 인도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앞서 모디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3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양국관계가 돈독해진 것을 의식, 시 주석은 이번 인도 방문에서 일본에 필적하는 규모의 돈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 수년 사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관계가 강화된 스리랑카에도 150명 규모의 대규모 정치·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유라시아리뷰가 밝혔다.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원유의 해상수송로인 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의 주요 거점을 확보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진주목걸이란 중국이 에너지 수송 안보를 보장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말라카해협·인도양·페르시아에 투자·개발한 거점항구들을 연결하면 진주목걸이 형태가 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 남부의 요충지 과다르항의 초기개발비 80%를 부담해 운영권을 따냈고 스리랑카에서는 중국의 자본과 기술원조로 완공된 남부 함반토타항과 수도 콜롬보의 국제컨테이너터미널이 가동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치타콩, 미얀마 시트웨 등도 중국의 자금과 기술로 개발됐다. 중국은 이들 거점에 포위돼 중국의 해상전략에 반발하고 있는 인도에도 포섭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이들 항구 개발이 어디까지나 상업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일본, 진주목걸이에 포위된 인도 등은 중국의 인도양 항만 개발이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주요 거점들을 장악해 이들 국가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중국 해군의 함정정비나 연료보급을 위한 군사적 거점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가 안보 다이아몬드를 들고 나오는 것도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안보 질서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진주목걸이를 끊어놓기 위해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진주목걸이와 다이아몬드는 1기 아베 내각 때부터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명명한 개념"이라며 "특히 2기 정부 들어 대중 견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제해권 장악을 위한 거점확보에 맞서기 위한 대응논리로 다이아몬드 구상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의 구상에 필수적인 인도의 협력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외교분석가인 마고사키 우케루는 지난해 도쿄신문에 "인도와 중국의 교역량은 일본의 몇 배에 달하고 국가 중요도도 일본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며 아베 총리의 해상안보 전략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조 교수도 "인도는 중국과 경쟁·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에는 견제를 하겠지만 과도한 중국 봉쇄에 가담하기는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