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짊어져야 할 짐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무엇보다 지난 5년 내내 KT를 괴롭혔던 내부갈등을 종식시켜야 한다. 이석채 전 회장 취임 이후 KT는 새로 수혈된 인사와 기존 임직원 간 끝없는 반목에 시달려왔다. 오죽하면 'KT에는 올레KT와 원래KT 두 가지가 있다'는 말이 나왔을까.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시장에서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내부 분열까지 안고 가야 하니 경영이 제대로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조직 재정비가 시급하다.
계속되는 성장정체도 뚫어야 할 난제다.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시장확대는커녕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지 오래다. 그나마 매출을 이끌던 모바일 부문도 최근 시장포화와 신규 사업자 등장으로 수익 내기가 만만치않아졌다. 성장을 위해서는 '통신'과 '국내'라는 틀을 깨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통신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시도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못 낸 어려운 일이다. 황 내정자가 KT 수장으로 선택된 것은 이런 의미에서 혁신으로 통신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달라는 기대의 다른 표현이다.
정치 외풍으로부터 기업을 지켜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KT 최고경영자(CEO)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심한 외압에 임기도 못 채우고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황 내정자도 연임한다면 5년 후에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이래서는 경영 지속성도, 혁신도 담보할 수 없다. KT와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외풍에 밀리지 않고 경영의 연속성을 지킬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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