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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거품이다" vs "아직 싸다"

경제 거장 실러-시겔 3년 만에 재격돌

실러

시겔

미국을 대표하는 두 스타 경제학자가 미 주식시장의 거품론을 놓고 3년 만에 또다시 격돌했다. 주인공은 각각 비관론과 낙관론의 대표 주자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로버트 실러(사진 왼쪽)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와 제러미 시겔(오른쪽)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금융학과 교수다.

이들 거물 학자의 논쟁은 학술적 차원으로 보이지만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시리아 사태 등으로 미 증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3월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지면 논쟁을 벌였는데 현재까지는 시겔 교수의 완승이다. 실러 교수는 당시 주가가 1년간 61%나 오르자 비관론을 펼쳤지만 1만500 수준이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현재 1만5,000선을 들락거리고 있다.

이번에는 '장기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의 저자로 유명한 시겔 교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실러 교수가 개발한 CAPE지수는 장기증시 예측에 뛰어난 수단이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CAPE지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최근 10년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하는데 현 PER지수가 이보다 더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기업 실적이 한해 크게 좋더라도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주가도 결국 10년 평균 PER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CAPE지수에 기반을 두고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과 2006년 주택시장 침체를 정확히 예측했다. 현재 CAPE지수에 따르면 미 주가는 62% 정도 고평가된 상태다



시겔 교수는 이러한 CAPE지수가 편향된 기업실적 자료에 의존한 탓에 항상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게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22년간 CAPE지수는 단 9개월을 제외하면 항상 미 증시를 웃돌았다. 시겔 교수는 "1990년대 이후 회계규정이 바뀌면서 미 기업들은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대규모로 상각 처리하지만 자산 가격이 오를 경우에는 매각 때를 제외하면 이익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몇몇 큰 기업들이 상각 처리하면 해마다 들쭉날쭉한 반면 국민소득계정에 나타난 기업들의 이익은 안정됐다"며 "S&P 기업의 이익 대신 국민소득계정의 기업 이익을 CAPE 모델에 집어넣으면 현재 주가는 싸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수익과 성장성이 높은 기술주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S&P 기업의 이익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실러 교수는 2일자 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0년간 기업 이익은 연간 평균 2% 정도씩 늘어왔다"며 "갑자기 치솟은 기업 이익은 금융위기의 전조로 언젠가 거품이 꺼지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런던 소재 컨설팅 회사인 스미더스의 창업자 앤드루 스미더스도 "CAPE지수는 주식 가격이 큰 흐름을 가지면서 결국 제 가격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실러 교수를 적극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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