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오찬은 물론 만찬에까지 배석하며 오비앙 대통령과의 깊은 친분관계를 나타냈다. 오비앙 대통령도 바쁜 일정을 쪼개 이날 오후 서울 계동 현대건설 본사를 전격 방문하며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한 시간여 동안 환담했다.
두 사람의 면담은 당초 서울시내 모호텔에서 예정돼 있었지만 오비앙 대통령이 직접 현대건설 본사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며 갑자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앙 대통령과 김 사장의 인연은 김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로 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적도기니에서 100억원 정도의 소규모 수처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현장을 방문한 김 사장이 물탱크에 하자가 있음을 알고 이를 단순히 보수하는 대신 제품 자체를 완전히 교체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당시 물탱크 가격이 전체 사업비의 3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손실을 무릅쓴 이례적 조치였다.
김 사장은 훗날 사석에서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면 그냥 물탱크를 보수하면 됐지만 현지에서 사업기반을 확대하려면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사업에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후 적도기니에서 총 4억달러 안팎의 공사 3건을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오비앙 대통령은 이날도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지 인프라 및 신도시 건설에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해 김 사장과의 면담에서도 이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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