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해 중국ㆍ콜롬비아 등 신흥국들이 통화가치 상승에 대응해 통화방어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들은 최근 달러화를 사들이는 수법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통화가치 상승을 수수방관할 경우 수출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자국통화로 몰리는 글로벌 투자 수요를 중앙은행이 흡수하거나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외국인의 채권매입이 지난달 한달 동안 12억달러 늘어났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신형철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원화표시 채권에 대한 외국자본 유입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와 체코 등은 보다 노골적으로 통화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에체베리 콜롬비아 재무장관은 최근 "세계적인 '화폐전쟁(currency war)'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총알'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에 현재 하루 2,000만달러인 달러 매입 상한을 2배로 늘리도록 촉구했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지난 9개월 동안 달러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해 올 들어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9%가량, 2008년 대비로는 26%나 올라 국내 산업과 농가를 압박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체코 중앙은행은 수출주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요 수출국 통화를 대상으로 자국화폐 가치를 10%가량 절하해 수출액을 5%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필리핀은 페소화를 방어하려 지난달 해외자금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가가 특별예금계정에 자금을 예치하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기준금리도 0.25%포인트 기습 인하했다. 중국 역시 6~7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끌어 내렸으나 7월 수출증가율이 1%에 그칠 정도로 수출경기가 급랭함에 따라 조만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신흥국의 이 같은 통화방어가 실효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해 시중에 유동성을 더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흥국 통화절상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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