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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마이 웨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정책을 대놓고 비판하거나 당의 목소리와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것도 적극적이다. 김무성 대표와도 사안별로 견해차를 보이며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부터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당내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원내대표는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인하한 것을 두고 "가계부채가 금리 인하로 더 급증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날 당이 환영논평을 내고 김 대표가 "아주 시의적절하고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것과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전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야당의 평가와 비슷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금통위 회의 전날인 지난 11일 김 대표가 "전 세계적으로 통화 완화 흐름 속에 우리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한 것도 "정치권은 금리나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며 각을 세웠다.
유 원내대표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도 "무슨 배경인지를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유 원내대표가 주요 이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도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도입에 적극적인 편이다. 유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역임하며 우리 예산으로 최소 3개 포대 이상의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세와 복지' 논란에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뜻을 밝혔고 정부가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한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세액공제 전환 등도 분명한 증세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 금기시하는 법인세 인상 가능성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당내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으로 보지만 유 원내대표는 평소 '미스터 쓴소리'로 불릴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한 성향이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에도 "할 말 하는 원내대표"를 강조한 만큼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하지만 원내대표라는 이유로 강요하는 분도 아니고 유 원내대표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어 일부 언행만 부각시켜 특별하게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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