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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떨어진 집값에 눈물 머금고…
경기침체 탓 대형 건설사도 후분양으로조합과 분양가 협의안돼 시기 놓쳐두산 '신정뉴타운'등 잇달아 내놔
박성호 기자 junpark@sed.co.kr
경기침체로 아파트 완공 시점에 공급하는 후분양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연초 입주가 시작됐지만 지난 4월에야 분양을 시작한 현대건설의 남서울힐스테이트아이원. /사진제공=현대건설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완공시점에서 분양하는 후분양 아파트를 늘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견ㆍ중소업체들이 소규모 단지를 대상으로 후분양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형사들이 이를 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주목된다. 특히 최근의 후분양은 건설사들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기 보다는 분양가 산정 등을 둘러싸고 조합과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주택경기 침체가 낳고 있는 현상인 셈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신정뉴타운 두산 위브'를 지난 14일부터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에 나섰다. 이 아파트는 1대 1 재건축아파트로 애초에는 일반분양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입주를 포기한 조합원 물량이 발생해 이번에 후분양 형식으로 일반 고객들에게 내놓게 됐다.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대형 건설사들도 후분양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서울숲 푸르지오 2차'는 이달 중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며 현대건설도 성남시 '삼창힐스테이트'를 후분양 방식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한 아파트도 많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힐스테이트아이원'의 경우 연초 입주가 시작됐지만 일반 분양은 지난 4월에야 진행했고 성동구 금호동 '금호자이 2차' 역시 공정률이 80% 이상 진행된 지난 3월 분양했다.
◇의도하지 않은 후분양…'경기침체 탓'= 원래 후분양은 아파트 공사 진행률이 80% 이상 진행돼 완공 전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분양을 먼저 해서 계약자들의 중도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선분양 방식과 달리 후분양은 사업 초기 비용을 건설업체들이 부담해야 해 그만큼 자금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최근 후분양이 늘고 있는 것은 건설사들의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 경기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의 '금호자이 2차'의 경우 조합 소송과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분양 시기가 늦어졌으며 '서울숲 푸르지오 2차' 역시 일반분양가 책정이 늦춰지면서 분양이 지연된 사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협의를 비롯해 마감재ㆍ옵션 선택 등 조합과의 협의 사항이 많았다"며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후분양으로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략적 선택도 잇따라 = 건설사들의 전략적인 의도도 일부 반영됐다. 선분양이 어려워진만큼 차라리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분양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시기를 조정하는 경우다. 실제로 '금호자이 2차'는 지난해 말 일반분양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3월로 분양을 연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왕 시기를 놓친 것이라면 시장 상황을 봐서 분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비수기 보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봄에 분양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숲 푸르지오 2차'의 경우 한강 조망권을 강조하기 위해 분양시기를 더 늦춘 경우다. 모델하우스보다는 실제 아파트에서 조망권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수요자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후분양이 건설사들에게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며 "소비자들이 보다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만큼 분양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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