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별, 가을에는 보름달, 겨울에는 눈. 술은 그것만 있어도 맛있는 법이지. 그래도 맛이 없다면 그건 자신이 어딘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 - 추억편'·1999)
멀리 남도에서부터 꽃 소식이 올라온다. 섬진강 매화. 곧 구례 산수유와 유달산 개나리·영덕 복숭아꽃이 기다린다. 특히나 안동에서 동해에 이르는 길가엔 이미 복숭아나무 가지 끝이 꽃처럼 붉을 것이다. 마음 속 어딘가 병들어 있지 않다면, 술 핑계 없이도 흥겨울 꽃놀이철이 오고 있다. 그렇게 봄 지나 5월이면 평사리 들판에 자운영 꽃구름이 뜨고 백령도 해당화, 축령산 작약, 남해도 치자꽃이 이어진다. 장맛철의 석류꽃, 여름 끝 목백일홍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이면 선운사 상사화, 찬바람 불면 하얀 구절초, 눈 내리는 바닷가의 동백도 아름답다.
일간지 문학기자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그저 남해로 서해로 섬진강으로 이어지던 꽃놀이를 신문기사로, 분량이 넘어 책으로 묶었다. 글 반 사진 반, 그가 일일이 찍어 올린 사진이 선명하고 그 사이 시와 시인들이 들어왔다. 특히 붉은 동백을 노랗게 덮은 유달산 개나리, 추석 무렵 선운사 입새부터 지천이라는 상사화 사진이 인상적이다. 10여년만 내놓은 개정판에는 이란 쉬라즈 석류나무숲 사진이 더해졌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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