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지린성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북3성의 개혁을 '봉황열반 등롱환조(鳳凰涅槃 騰籠換鳥)'라는 말로 요약했다. '봉황이 자신을 불사르는 고통을 감수하고(봉황열반), 새장을 비워 새를 바꿔야 한다(등롱환조)'는 이 말은 중국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의지다.
최근 잇따른 경기하강 시그널과 증시폭락에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7%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구조조정과 각종 개혁 조치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고 경제구조 개편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7% 내외의 중고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둔화에 이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국 증시폭락 이후 전 세계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외부 위험이 중국 경제를 훨씬 더 힘들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중심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원인 치료 대신 대증요법에 몰입한 정부=중국 경제의 둔화는 '과잉이 과잉을 낳은' 결과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후진타오 정부는 과거에 그랬듯 당연하다는 듯 재정을 쏟아 부었다. 7년이 흐른 지금 4조위안의 재정은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며 중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지방정부는 고용과 재정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철강·석유화학 등 장치산업 증설에 돈을 퍼부었고 늘어난 설비에서 비롯된 과잉생산은 중국 경제성장은 물론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잉생산으로) 태산처럼 쌓아놓은 고철이 전 세계 철강산업의 골칫덩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만능주의에 빠진 중국 정부의 정책은 지방정부 부실에 머물지 않고 기업 채무 증가로 이어졌다. 정부가 돈을 빌려줘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설한 기업들은 당연히 채무 비중이 급증했고 글로벌 수요감소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까지 치달았다. 여기서 중국 정부는 원인 치료 대신 '증시 활성화'라는 대증요법을 택했다. 기업 채무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경험 없는 투자자들에게 사들이라고 부추겼다. 결과는 참담하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증시는 더 가파른 속도로 무너져내렸다.
◇개혁의 후퇴가 진짜 위기=중국 경제개혁의 출발점은 수출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성장 모델의 탈피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수출에 매달리는 제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수출주도 경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내놓은 개혁방안은 내수진작이다. 특히 3차 산업에 대한 비중을 현재 전체 산업의 49.7%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벽에 부딪치고 있다. 고질적인 부의 불평등에다 시진핑 정부의 권력강화를 위한 부패척결 운동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막 걸음마를 떼던 중국의 중산층도 이번 증시폭락으로 상처를 입고 빚쟁이로 전락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약 1억4,700만명에 달하는 중산층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중국 경제의 미래"라고 지적했다. 경제둔화는 두자릿수를 기록하던 중국의 최저 임금상승률을 7.8%로 둔화시키며 내수진작의 발목을 잡았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경제 시스템 구축 문제다. 불투명한 정책 결정 과정, 통계에 대한 불신은 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과의 금융거래 회사에서 일하는 전직 미 재무부 관료는 "중국 측과 일을 하다 보면 누구와 통화를 해야 할지 모른다. 어디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누가 업무를 담당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WSJ도 최근 분석 기사에서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수준으로 급성장했지만 정책 결정이나 경제 통계는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설계자인 후안강 칭와대 국정연구센터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혁은 위기극복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역으로 개혁에 실패할 경우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새로운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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