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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 실용주의 넘어 화합정치를

지난 25일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선진화의 원년’을 선포하고 ‘선진화’라는 용어를 15번이나 언급하면서 그 실천 방법으로 ‘실용’을 강조했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내온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큰 기대를 걸며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 ‘변화와 상생’ 속에서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강조하는 취임사를 접하면서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새 정부의 원대한 목표가 차질 없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세계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냉엄한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제환경에 자발적으로 조응하고 국내환경을 창조적으로 변화시켜 국가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얼마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느냐다. 이제 지나온 세월을 반면교사로 삼고 온고지신의 자세로 우리의 모습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이에 새 대통령에게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정직하며 상대방을 포용할 줄 아는 지도자만이 국가를 올바로 경영할 수 있다. 권력 주변에는 항상 부패한 권력 지향적인 부나비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대통령은 정직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정에 임해주기를 부탁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청결히 하고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과감히 척결하기를 바란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공정한 인사만이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다. 둘째, 대통령은 의회정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의회는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정치의 장이 돼야 한다.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에 대해 깊은 불신을 나타내며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는 실용정치’와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의 부단한 대화와 협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는 정치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70%에 가까운 국민들은 이 대통령을 직ㆍ간접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셋째, 이 대통령은 지역 간, 계층 간, 빈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시대를 이끌어가서는 안 된다. 세계화시대 국가경쟁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양극화가 만연된 사회는 ‘선진화’를 위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천박한 이기주의와 경쟁주의를 타파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공동체가 구현될 때 우리는 선진사회로 진일보할 것이다. 넷째,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대칭적 개념을 ‘선진화’라는 한 단어에 담았다. 그러나 취임사 전반에서 강조한 ‘선진화’는 경제우선에 바탕을 둔 ‘성장’의 의미를 강하게 풍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실용주의’다. 남ㆍ북한 관계, 교육 분야 등에도 온통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에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선포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언뜻 보면 합리적인 듯하다. 그러나 어느 시대나 실용과 이념은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의 두 축이었다. 중요한 점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과 사회를 조화와 균형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합리주의와 성과주의가 모든 것을 해결할 만능의 방편은 아니며 지나친 실용주의는 문제의 본질을 간과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부 간 격차, 지역 간 균열, 노사 간 갈등, 남ㆍ북한 관계 등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한 숱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은 경제제일주의ㆍ실용주의ㆍ성과주의를 넘어 화합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초심’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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