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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은 총재는 출장중


"시장이 이 지경인데, 책임자들은 다 어디갔나요?"

주식ㆍ채권ㆍ원화 값이 동반해서 춤을 추던 11일 국내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가 내뱉은 푸념이다. 대북 리스크 탓에 외국인이 일제히 국내 금융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이날 오전 코스피 지수는 2,000이 붕괴되고 원화 값과 채권 값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주가가 내리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려 채권 값이 상승(금리 하락)한다는 시장 법칙이 이날은 먹혀들지 않았다. 그만큼 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시장을 사수해야 할 당국의 수장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실상 '식물 장관'이다. 세종청사 사무실을 지키고는 있지만 차기 장관까지 내정된 상황에서 박 장관이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시장을 최일선에서 방어하는 금융위원장은 아예 공석이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았음에도 전직 금융위원장이 사표를 던지고 물러난 데다 차기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져 청문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장기 공석은 후진적인 정치 행태상 어쩔 수 없다고 양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은 정치 외풍에 시달리지 않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마저 사무실을 비웠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김 총재만 자리를 비운 게 아니다. 핵심 임원인 국제ㆍ통화담당 부총재보까지 동반 출장을 떠났다. 국제ㆍ통화담당 부총재보는 국제 자금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여차하면 발권력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막중한 자리다.



한은 총재가 국제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더구나 김 총재는 '한은의 국제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왔다. "한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경쟁해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국제 회의 참석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전운이 고조되고 주요 정부부처의 수장까지 공석인 마당에 시장의 '최종 대부자'이자 경제 정책의 '삼두마차'인 한은의 고위 임원들이 동시에 자리를 비운 사태를 투자자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김 총재는 한은이 왜 '절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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