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회의장은 '여당 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원내다수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19대 국회 전반기 입법부 수장을 지낸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야당에 반대로 가로막힌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키면서 새누리당에 활로를 열어줬다. 주로 시댁(야당)보다는 친정(여당)의 편을 들어줬던 것이다.
그러나 정 의장은 역대 국회의장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정감사 실시 일정 등과 관련해 야당의 손을 많이 들어준 게 대표적이다. 당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이 양보를 종용하자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의장이 입법활동 활성화 방안으로 현역 의원들의 본회의 표결 참여 여부 및 상임위원회 출석 시간을 조사해 여야 지도부에게 통보, 이를 공천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국회의장이 현역 의원의 공천 심사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월권행위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정 의장이 '화합형 정치인'의 대표인사로 통한다. 지난 6월14일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28일에는 전남 진도를 방문하는 등 호남 지역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부산 출신이다. 이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취임 일성으로 남북 국회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6월25일 정 의장의 '동서남북 화합행보'를 두고 "통합의 리더십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고 논평을 냈다. 친정에서 홀대를 받지만 시댁에서는 환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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