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설계만큼 크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다시 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확정 공개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23개 빌딩 디자인에는 내로라하는 외국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각 작품에는 국내 설계사무소들의 손길도 곳곳에 배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다. 삼우는 랜드마크빌딩인 '트리플 원'을 비롯해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8개 건물의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병성(51ㆍ사진) 상무는 "전세계 어디에도 용산과 같은 훌륭한 입지에 첨단기술과 재능이 집약된 공간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없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건물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 건축사들이 층고나 크기 등 기본적인 외형을 설계하면 삼우는 이 설계가 국내 실정과 비전에 맞는지 검토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원활한 의견 조율을 위해 일주일에 두 차례씩 해외 설계업체와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상무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보니 출장도 잦다"며 "작은 이견은 있지만 큰 무리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설계 과정에서 국내 업체의 참여 비중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아직 국내 업체가 글로벌 업체와 같은 지명도를 확보하지 못했고 기술이나 문화 콘텐츠에서 다소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업체는 대신 장점을 갖춘 실시설계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의 롯폰기힐스도 미국 건축회사인 KFP가 설계했다"며 "국내 업체들도 최근 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건축설계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발표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설계안은 전체의 약 20% 정도 진행 단계"라며 "냉난방ㆍ운송 등 각 건물의 기능에 맞는 구체화 단계를 거쳐 내년 말까지 모든 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타워팰리스나 분당 타임브리지 등 여러 작품에 참여해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설계가 인생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라며 "평양에 랜드마크빌딩을 설계하는 게 개인적인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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