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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4월13일] <1368> 시카고 범람
입력2009-04-12 16:59:27
수정
2009.04.12 16:59:27
1992년 4월13일, 시카고. 평온하던 도시에 갑작스런 비상이 걸렸다. 범람 탓이다. 맑은 하늘에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지만 마천루가 즐비한 도심지역(Chicago Loop)의 빌딩 지하에 물이 차올랐다.
물난리가 시작된 곳은 구 지하철로. 19세기 시카고 강 밑을 파고 건설해 1956년까지 석탄과 화물을 실어 날랐던 터널에서 발생한 균열이 범람의 시작이었다. 마침 교량 정비를 위한 굴착공사가 진행돼 시카고 강물은 지하수로와 터널을 타고 도시 곳곳으로 번졌다. 가장 먼저 전기가 끊겼다. 때문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매매도 중단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실물 상품거래소가 작동을 멈춘 시간은 오전11시45분.
시카고 선물시장의 거래 중단은 비행기로 네 시간 거리인 뉴욕 증시의 현물 거래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의 정전과 매매중단 직전까지 3240~3265선을 오가던 다우지수가 정오를 넘기면서부터는 3260선에 들러붙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뇌사상태에 빠져든 환자의 뇌파그래프를 보는 것 같았다. 시카고의 범람을 통해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이 샴쌍둥이처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이 다시금 입증된 셈이다.
도심의 아랫도리를 적신 시카고 강물 94만여톤이 가져온 피해액은 약 19억5,000만달러. 긴급복구반이 투입돼 도시는 나흘 뒤 외관을 회복했지만 일부 빌딩은 수주일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옛 구조물에 의한 재해를 맛본 시카고는 더 큰 인공물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대규모 저수지와 인공터널을 뚫어 어느 곳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카고가 입었던 재해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연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경인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이 인재로 이어질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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