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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한시라도 빨리 덜어주자"
직원들 휴일도 반납… 업무에 매진
검사 신종플루 보다 몇 배 어려워… 최대 6~7차례까지 재검사 하기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검사 의뢰가 하루에 200건 가까이 쏟아져 들어와 직원들이 24시간 쉴 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3일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휴일도 반납하는 직원이 속출하고 있지만 메르스 의심 환자의 불안감을 한 시간이라도 빨리 덜어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검사 업무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의사나 의료진, 지자체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업체 직원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업체 중 하나인 씨젠의료재단도 마찬가지다. 씨젠의료재단은 정부 의뢰를 받아 메르스 확진 여부를 판단하는 민간 전문검사기관이다. 평소에는 1,50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 관련 검사 업무를 보지만 전국에서 수많은 메르스 검사 의뢰가 들어오면서 10명의 검사팀을 꾸려 메르스 진단에만 집중하고 있다.
19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의 씨젠의료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천종기(사진) 이사장은 "메르스 환자와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고생에 비하면 고생이라는 표현도 쑥스럽다"면서 "검사인력 10명이 하루 200건을 처리하는데도 업무가 벅찬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진 업무를 처음 수행할 때만 해도 하루에 두 자릿수였던 의뢰 건수가 현재는 200건에 달할 정도다. 조금이라도 증상이 의심되면 검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 이사장은 "검사인력 한 명이 하루에 20건 정도를 처리하는데 하나의 검체를 검사하는 데 3~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명이 동시에 여러 건을 검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최근 들어 3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휴일을 거르는 직원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메르스의 높은 감염력 때문에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초긴장 상태로 검사에 임해야 해 체력 고갈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천 이사장은 귀띔했다.
천 이사장은 "직원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버티는 것은 검진 결과를 한시라도 빨리 알려줘 메르스 의심 환자의 불안감을 씻어줄 수 있다는 보람 때문"이라며 "각종 첨단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은 다른 검사기관은 어려움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 6~7차례까지 재검사를 거치며 양성·음성 여부가 번복되는 사례가 나오는 데 대해 천 이사장은 "우리도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는 다른 질병에 비해 바이러스가 있는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이라서 어렵다"며 "신종플루는 기관지의 비교적 위쪽인 '상기도' 감염이라 코에서 분비물을 채취하면 되지만 메르스는 기관지의 아래쪽인 '하기도' 감염이라 기관지의 깊숙한 곳에서 객담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재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 검사가 신종플루보다 몇 배는 까다롭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확진 사실을 전해줘야 하는데 재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우리도 안타깝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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