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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러 관계 루비콘강 건너"

서울경제신문, 우크라이나 사태 전문가 '스파이로소버린' 대표 인터뷰

"우크라 사태 글로벌 경제 영향 제한적일 것"


외국인 투자 대거 이탈 등 러시아 경제는 큰 타격 예상

서방 러 신냉전 우려 높지만 군사 충돌 가능성 희박


"러시아 투자환경에 대한 서구권의 인식은 이미 암흑(bleak)으로 변했습니다. 둘(서구권·러시아)의 관계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자(미국·러시아·EU·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회담에서 '예상 밖의 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폭력 및 도발행동 자제' 합의가 무색하게 회담 직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정부군과 친러 무장시위대 간에 교전이 벌어져 최소 3명 이상이 숨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내전을 넘어 서구와 러시아의 대리전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서울경제신문은 18일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가전략컨설팅 업체 '스파이로소버린스트래티지'의 창업자인 니컬러스 스파이로 대표와 전화 및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 사태의 향방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스파이로 대표는 "이번 사태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국가는 러시아"라며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당분간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이미 서구의 제재와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밝힌 올 1·4분기 경제성장률(GDP)은 0.8%로 당초 정부 전망치(2.5%)에 비해 현격히 추락했다. 러시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을 시도한 지난 3월 이후 100베이시스포인트(bp) 가까이 급등했고 이처럼 악화된 시장여건 탓에 러시아 정부는 올 들어서만도 벌써 여덟 차례나 채권발행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경제적 타격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게 스파이로 대표의 견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한)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상당한(hefty) 경제적 비용을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이 노리는 '지정학적 이익'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묶어둠으로써 옛소비에트권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한편 이를 통해 유럽을 견제하는 것이다. 스파이로 대표는 "오는 5월25일 대선을 앞둔 우크라이나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친러시아 성향이 짙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더 많은 자율권이 부여되는 연방제를 관철하는 것이 푸틴의 일차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17일 4자회담에서 도출한 '제네바 합의안'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반전 가능성에 대해 그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서구권의 대러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해 "에너지 분야에 대한 더욱 강력한 무역·경제 제재가 나올 경우 러시아 경제는 리세션(경기후퇴, 보통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가 러시아 등 관련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및 글로벌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폴란드와 같은 (인접한) 이머징 유럽 국가로 전이(contagion)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근거다.

스파이로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권과 러시아의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단언했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러시아 투자환경에 대한 인식이 이미 암흑으로 변했고 이는 서구권의 대러시아 투자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실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 규모는 940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3월까지 벌써 50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도 벌써 8% 이상 떨어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구권과 러시아 간의 갈등을 두고 '신냉전(new cold war)'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양측의 무력충돌 우려가 높지만 그는 양측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양측 모두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스파이로 대표는 이번 사태의 결말을 묻는 질문에 "우크라이나가 '종속국가(vassal state)'의 형태로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남아 있으면서 동시에 서구권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우크라이나에서 실시되고 있는 경제개혁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답했다.













국가 위험 평가·예측해 금융기관·펀드 등에 제공

■ '스파이로소버린'은

니컬러스 스파이로가 2010년 설립한 '스파이로소버린스트래티지'는 최근 글로벌 경제분석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소버린 리스크(국가 위험)를 평가·예측해 금융기관 및 국부펀드, 민간 기업들에 제공한다. 런던에 본사를 둔 만큼 유럽 지역의 소버린 리스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를 졸업한 스파이로 대표는 영국 노팅엄대에서 석사를, 켄트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유명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를 거쳐 미국 컨설팅 회사 MGA에서 중부유럽 거시정치컨설턴트,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DTZ에서는 중·동부 유럽 투자 부문 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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